34년만에 만나는 제자 - 34년 만에 만나는 제자- 어제가 立春이었으니 이제 기분만으로도 봄이 저만치 오고 있는 듯한데 유난히 햇살 좋은 아침, 우체부가 건네준 소포 속에서 스물여덟 살 선생님은 열다섯 소년을 만났네. 다섯 권의 책과 다섯 장의 CD와 그리고 잔잔한 필체의 카드 한 장- 사진이라도 보면 먼 기.. 사는 이야기 2009.05.11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자정이 넘어 귀가한 아들이 대문 따고 들어오는 소리는 들렸는데 현관으로 들어서지를 않는다. 무슨 일인가 하고 내다보니, “엄마, 잠깐 나와 보세요.”하며 말없이 하늘을 가리킨다. 아, 한눈에도 수백 개쯤 되어 보이는 별들이 검푸른 벨벳 위에 흩어진 보석처럼 티 없이 맑은 하늘에 또렷이 박혀 .. 사는 이야기 2009.05.09
글벗회의 어느 날 비록 우리가 가진 것이 없더라도 바람 한 점 없이 지는 나무 잎새를 바라볼 일이다. 또한 바람이 일어나서 흐득흐득 지는 잎새를 바라볼 일이다. 우리가 아는 것이 없더라도 물이 왔다가 가는 저 오랜 썰물 때에 남아 있을 일이다. 젊은 아내여 여기서 사는 동안 우리가 무엇을 가지며 무엇을 안다고 하.. 사는 이야기 2009.05.09
名醫를 찾아서 몸이 달았다. 산행 날짜는 부쩍부쩍 다가오고 꼬부라진 허리는 잘 안 펴지고-- 지난해 하반기부터 오른쪽 무릎이 가끔씩 쑴벅거리더니 겨우내 오른손이 저려, 자다가 깬 적이 자주 있었다. 그러더니 3주 전 오후 토끼잠을 자고 난 뒤 허리가 마음대로 펴지지 않고 오른쪽 허리에 심한 통증이 온다. 며칠.. 사는 이야기 2009.05.09
엘에이 하늘 아래 친구에게 봄이 실종된 듯 땡볕이 긴 팔, 긴 바지들을 마구 벗기더니, 지난 밤부터 비가 부슬부슬 내리는구나. 뙤놈들 똥가루도 이 비에 모두 내려앉았으면 좋겠다. "무슨 재미로 사세요? " "이눔아, 재미로만 살았음 벌써 죽었다!" 최근 할머니 네 사람이 주연해서 히트친 영화 '마파도'가 있는데 그 영화 속에 나.. 사는 이야기 2009.05.09
우리 모두는 장애인? 골프는커녕 재난 대비 필수 운동 종목이라는 수영도 못하고, 강남 한복판에 이십 년 가까이 살다가 1가구 2주택 무서워 싸악 팔고 빠져나와 강북에 주저앉은 나는 특급장애인? 그러나 지금 우리는-- 판피린 코프 사용 설명서를 안경 안 쓰고 읽을 수 있는 사람 바닥에 쭈그리고 앉았다 일어날 때 아구구.. 사는 이야기 2009.05.09
지옥 탈출-名醫를 찾아서 허리병이 재발한 것이 한 열흘쯤 전부터였나 보다. 쭈그리고 앉아서 다리미질을 두어 시간 했었다. 늘상 그 자세였는데 이번엔 심상치가 앉다. 허리에 둔한 통증이 오고 등 뒤에 딱딱한 판대기가 한 장 붙어 있는 거 같다. 춥다고 한동안 운동을 안 해서 그런가 보다. 틈나는 대로 걸었다. 두리만 데리.. 사는 이야기 2009.05.09
스승의 날<무궁화 동산>에 울려 퍼진-- 6월에 메릴랜드 모 고등학교로 유학가는 아이와 글솜씨가 남달라 여기저기 외부 글짓기대회에 나가 화려한 입상경력을 지닌, 열여섯 살 제자 둘이 학교로 찾아왔길래, 데리고 나가 지난번 광양 갈 때 차 속에서 맛있게 먹었던 <효자동 할매 떡볶이 집>을 간신히 찾아내 함께 먹고 근방의 무궁화 동.. 사는 이야기 2009.05.09
이름 모를 꽃 여행길에 절간 마당이나 담장이 낮은 시골집 장독 가에 또는 앞마당 화단에서 많이 보던 꽃이었습니다. 그런데 작년 여름 우리 동네 골목길 입구에서 이 꽃을 만났습니다. 오가는 사람들 보라고 동회에서 설치해놓은 건지 앞집 가게 주인이 건사하는 건지 모르는 커다란 돌 화분에 담겨져 있었습니다. 보시시 아슴하게 골목 입구에서 환하게 웃고 있는 모습에 반해 한참동안 서서 바라보았습니다. 그리고 욕심이 슬슬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한두 뿌리 캐다가 집안에 들여 놀까? 그러다가 그만 바쁜 생활 속에 흐지부지 잊어버리고 말았습니다. 그런데 올여름 다시 이 꽃이 생각나 그 자리를 눈여겨보았습니다. 누구의 손길이 닿았는지 작년 보던 그 꽃은 온데 간데 없고 엉뚱한 꽃이 그 자리에 피어나고 있었습니다. 낭패감으로 발길을 멈추.. 사는 이야기 2009.05.08
내 사랑 자유로 고양, 일산 사는 사람이 누리는 天福이 있다. 특히 아침저녁으로 자유로를 오가며 출퇴근하는 사람의 경우- 도심지에선 빛 가운데 살아도 빌딩 숲에 가려 제대로 온전한 해의 모습을 볼 수 없었건만 일산 쪽에 살게 되면서부터 해를 만끽할 수 있게 되었다. 유유히 흐르는 한강을 옆에 끼고, 아침마다 .. 사는 이야기 2009.05.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