뜰에 찾아온 가을 가을은 풀숲에서부터 온다. 밤새도록 나직하게 파도를 이루며 들려오던 풀벌레 소리가 뚝 그쳤다. 그 뒤 잎새들은 여위어 가고 하나둘 붉게 또는 노랗게 제 빛깔을 내기 시작한다 점점 깊어만가는 가을빛 국화가 하나둘 벙글고~ 붉은 화관을 두른 바위 벽화가 된 담쟁이 오후의 가을 햇살.. 풀꽃나무 이야기/가을 2012.10.25
시월의 뜰 석류와 대추와 감이 익어가고 늦둥이 맨드라미가 피어날 때 두리와 금강이와 나비가 한가롭게 뛰고 노니는 뜰에서 나도 마냥 한가롭다. 종족을 초월한 우정-금강이는 어린 나비의 얼굴을 침 발라 씻겨주고 제 물통의 물도 같이 먹고~ 뒤늦게 찾아온 맨드라미 올해는 홍보석같은 석류 속.. 풀꽃나무 이야기/가을 2012.10.05
들국화 단상 마침내 9월이 왔다. 풀숲의 벌레울음 소리가 나날이 커 가며 열대야를 식힌다. 찜질방 그대로였던 여름-땀 서너 말은 족히 흘렸을 거다. 이제 곰팡내 나는 옷 좀 내어 말리게 비구름이 그만 걷혔으면 좋겠다. 계곡을 쾅쾅 울려 대던 물소리도 잦아들면 길섶 여기저기 보랏빛 꽃망울들이 터지기 시작한.. 풀꽃나무 이야기/가을 2011.08.26
분꽃과 맨드라미 뜰에 심어 놓고 가까이 지내고 싶은 꽃들이 있다. 어릴 적 시골집에 놀러 갔을 때, 싸리 울타리 아래에서, 우물곁에서 혹은 장독대 근처에서 만나 알게 된 꽃들- 오랜 세월이 흘렀어도 선명하게 떠오르는 봉숭아, 채송화, 족두리풀, 맨드라미, 분꽃, 과꽃, 백일홍, 나리꽃, 나팔꽃-- 기회 닿을 때마다 사.. 풀꽃나무 이야기/가을 2010.09.09
백일홍과 목백일홍 이 둘은 여름 꽃으로 꽃이 귀한 여름에 우리 시선을 끈다. 그러면서 이 둘은 국적이 전혀 다른데 가끔 혼동하는 이들이 있다. <백일홍>은 일년생 풀이고, <목백일홍>은 다년생 나무인데 <배롱나무>라고도 한다. 백일홍은 요새는 보기 드문 꽃이 되어 버렸다. 도시에서는 서양 꽃들에 밀려 .. 풀꽃나무 이야기/가을 2010.09.05
설레는 맘으로 기다리는 거야 2008. 09. 24 수 종일 흐림 날씨는 후덥지근하고 종일 해 구경 한번 못하고 하늘이 꾸물꾸물하는 날- 날씨 핑계 대고 싶을 만큼 내 맘도 영 눅눅하고 칙칙하고- 베란다 앞 감나무가 애처롭다. 눈을 씻고 봐도 익어가는 붉은 감이 보이지 않는다. 작년엔 그래도 까치밥까지 남길 정도의 수확이었는데 올해는.. 풀꽃나무 이야기/가을 2008.09.24
배롱나무가 빛나다 2008. 9. 12 금 쾌청 연속 외출할 일이 있는 때엔 집에서 쉴 날을 기다린다. 나도 참 늙었나보다. 내일 모레가 추석이나 집안 사정상 올해는 각자 집에서 조용히 나름대로 추석을 지내기로 하니 맘 한 번편하다. 내일 저녁에 위령미사에 참석하면 된다. 지금 정원에서 가장 빛나 보이는 건 역시 배롱나무다.. 풀꽃나무 이야기/가을 2008.09.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