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녀의 이기심, 아들의 이기심, 남편의 이기심과 격돌하다(?) 내 이기심을 챙기기로 했다. 뚝딱 가방을 쌌다. 마음이 오락가락하기 전에 튀는 거다. 양말 두 켤레, 팬티 두 장, 손수건 두 장, 책 두 권(잃어버린 동화의 시절, 아씨시의 성프란치스코)을 5분만에 후다닥 챙겨넣고 방을 나오니, 아들이 작은아이를 안은 채 어리둥절하게 쳐다본다. "할머니 어디가?" 하는 손녀와 무엇 때문인지, "여보--옷!" 하고 부르는 영감의 목소리를 귓등으로 흘리고 부랴부랴 대문을 나섰다. '휴~, 살았다' 걸으면서 갈 곳을 떠올렸다. 대책없이 집을 나서긴 처음이다. 속초에 있는 아이파크콘도로 갈 양으로 걸으면서 전화를 했다. 6월 16일까지 휴업이란다. 잠시 막막했지만 가장 많이 가봤던 곳이 속초라, 일단 2호선을 타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