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사님을 작별하며 깡마른 체구, 뿔테 안경 너머로 학생들을 쏘아보는 강렬한 눈빛, 팔짱을 끼고 어딘가 한곳을 응시하며 빠른 속도로 혼잣말처럼 이야기를 풀어내다가 잠시 말을 뚝 끊는다. 학생들의 시선이 한곳으로 모인다. 그러다가 다시 띄엄띄엄 마침표를 찍어나가듯 이야기를 이어간다. -시니컬하면.. 사는 이야기 2013.10.24
참새 소동 참새소동 나비가 또 새를 잡았다. 베란다에 잡아다놓고 들여다보는 걸 보고 재빨리 뺏었는데 숨을 할딱거리고 있었다. 거실에 신문지를 깔고 그 위에 올려놓았더니 처음엔 눈을 감고 죽은 듯 움직임이 없더니 한참 후에 신문 끝을 살살 흔들어 보니 폴딱폴딱 뛰어 마루구석으로 가서 다.. 사는 이야기 2013.10.03
특별한 날 소중한 날 친구가 보내온 메일에서 읽은 내용이다. 세상을 떠난 아내가 한 번도 사용하지 않은 고급 실크 스카프를 들고 남편이 친구에게 말하더란다. “특별한 날 쓰려고 아끼고 넣어 두었다가 써보지도 못하고 갔다.”고-- 깨달음을 얻은 그 남편은 ‘특별한 날은 바로 오늘’이라는 생각으로 꼭 .. 사는 이야기 2013.09.28
가을이 오는 소리 열흘 남짓 후면 白露다. 장마는 물러가고 아침저녁으로 선선한 바람이 불어 새벽엔 베이불을 끌어다 덮는다. 오늘 따라 구름이 띠를 두른 하늘이 한층 높아 보인다. 목백일홍이 맑은 하늘 아래 더욱 선명히 붉고 잠자리가 한가롭게 날아다닌다. 한낮은 햇살이 따가워 선풍기를 돌리지만 .. 사는 이야기 2013.08.25
참새 이야기 제 3화 참새의 얼굴 - 박목월 얘기가 하고 싶은 얼굴을 하고 참새가 한 마리 기웃거린다 참새의 얼굴을 자세히 보라 모두들 얘기가 하고 싶은 얼굴이다 아무래도 참새는 할 얘기가 있나 보다 모두 쓸쓸하게 고개를 꼬고서 얘기가 하고 싶은 얼굴이다. 이웃집 기와지붕 물받이통엔 어느 날은 물이.. 사는 이야기 2013.07.26
커피 한 잔 값으로 나는 부식거리를 살 때 곧잘 ‘커피 한 잔 값’으로 환산해 본다. 그러면 비싼 게 별로 없다. 사실 커피 한 잔 값이 제각각이기는 하다. 음식점에서 후식으로 먹을 수 있는 공짜 커피에서부터 200~350원 하는 자판기 커피, 젊은이들이 잘 가는 스타벅스, 카페 베네 등에서 파는 4000~5000원짜리 .. 사는 이야기 2013.07.11
43년만의 해후2 다가가기 쉬운 세월이 아니었다. 한 사람씩 돌아가며 자기 소개를 하기로 했다. 기억에 남는 중학시절 이야기와 살아온 날들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가운데 거리는 자연스레 좁혀졌다. 학창시절 컨닝을 잘못해서 엉뚱한 답을 쓴 이야기를 들으며 웃음을 터뜨렸고, 제각기 삶을 치열하게.. 사는 이야기 2013.06.22
제 24회 김달진 문학상과 서정시학 신인상 시상식 다문화 봄이정희 우리집 베란다에 가볼래,제비꽃부터 맨 뒷자리 파키라까지 한 가족이야반그늘 컬러 관음죽은 큰오빠고, 진녹색 관음죽은 작은오빠야우리 오빠들 어때?지렁이를 키우며 살고 있어비오는날 지렁이가 마루로 오는 철길 건너다가 창문에 치었어 파키라는 누런 이파리를 조.. 사는 이야기 2013.06.06
<삼청각>의 어느 전통혼례식 야외결혼식을 하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은 날이다. 낮에는 30도를 오르내리는 무더위였지만 해거름엔 기온이 내려가면서 선선해진다. 오후 5시 반부터 예식이 거행될 예정이었지만 풍치가 좋은 곳에 위치한 <삼청각>이라 미리 가서 산책도 할 겸 일찍 출발했다. <一龢堂> 뜰은.. 사는 이야기 2013.06.02
로사 진급 축하 모임 로사가 과장이 됐다. 집안에 경사다. 마침 루비로사가 47인치 LED 3D TV를 들여놓아 주어 고맙기도 해서 아이들더러 밥 먹으러 오라고 했다. 남편은 아이들을 위해서 <왕새우 마늘버터구이>를 해주었다. 모시조개국도 끓이고 된장찌개도 바글바글 끓였다. 아이들이 맛있게 잘 먹는 모습.. 사는 이야기 2013.04.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