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실에서 새해를 맞는 친구에게 어제 네가 마침내 수술을 받았다는 소식을 듣고 얼마나 반갑던지- <양재역>에서 출발했는데도 <야탑>까지 만만치 않은 거리였지만 달라진 네 모습이 궁금해 불원천리(?) 달려갔다. 병실 문을 열었을 때 환하게 웃으며 ‘사뿐사뿐’ 걸어나오는 모습 보니 놀라워라~ 비비안 리의 .. 사는 이야기 2014.01.01
푸줏간 총각 우리동네 골목길엔 푸줏간이 두 군데 있다. 한 집은 농협직거래집인데 주인이 말수가 적고 점잖다. 일부러 말을 걸어야 대꾸를 하고 자기할 일만 한다. 그러나 어쩌다 자기코드에 맞는 얘기가 나오면 장황하게 썰을 풀기도 한다. 또 한 군데는 <양지담>인데 얼마 전 주인이 바뀌었다. .. 사는 이야기 2013.12.29
산소 가는 길 어머니 기일이 며칠 남지 않아 오늘 산소엘 다녀오기로 했다. 추위가 많이 풀리고 바람도 별로 없이 비교적 푸근한 날씨다. 골목길을 빠져나가는데 꼬부랑 할머니가 손녀인 듯싶은 처녀와 손을 잡고 한 손엔 지팡이를 콩콩 찍으며 걸어오신다. 지팡이에 의지하긴 했으나 할머니 걸음이 .. 사는 이야기 2013.12.04
결혼기념일에 새벽녘에 거액의 돈을 주워 담는 꿈을 꾸었다. 좋은 걸까? 아닐까? 이름있는 날인데 그냥 넘어가기 섭섭하니 영화나 보러 가자고 나섰다. <와룡공원>을 걸어 성균관 대 후문에서 마을버스를 탔다. 마을버스 안에서 티격태격했다. ‘**고등학교’별 거 아니다--' 뭐 이런 투의 말- 그냥 .. 사는 이야기 2013.12.03
공부-삶의 활력소 이즈음 들어 이도 저도 귀찮은 생각이 들어 고정적으로 다니며 듣는 강의를 모두 없애고 아쿠아 로빅만 다녔어. 운동은 마지못해 하는 거--사실 이젠 딱히 재밌는 일도 신나는 일도 없고 불쑥불쑥 짜증만 나고 삶이 시들해지더군. 밥하는 일은 점점 더 싫고-- 이게 바로 우울증 초기증세가.. 사는 이야기 2013.11.26
할머니들의 물놀이 2 (아쿠아로빅) “오늘 선생이 바꿨어, 잘 가르치데~~” 풀장에 들어가기 위해 샤워를 하는데 이미 수업을 마치고 나온 어떤 언니(할머니)가 하는 말이다. 집에서 나올 시간이 되면 무슨 구실로 오늘 운동을 빼먹을까 궁리하다가, 물리치료 받으러 가는 셈치고 주섬주섬 준비물을 챙겨 나오곤 한다. 오늘.. 사는 이야기 2013.11.16
할머니들의 물놀이 날씨가 갑자기 차가워지면서 요즈음 두어 시간 정도만 걸어도 무릎이 아파온다. 특별히 하는 운동은 없지만 늘 걷기를 좋아하며 그저 ‘걷기가 최고!’라 했었는데 그 믿음에 적신호가 켜졌다. 나이 들면 물에서 하는 관절 운동이 무릎통증을 낫게 하는 데는 제일 좋다고 사람들이 누누.. 사는 이야기 2013.11.14
늙은이의 심술 어제는 말야, 종일 집에 있으면서 아침 먹고 치우고, 점심 먹고 치우고, 또 저녁 먹고 설거지를 하는데 그만 화통이 폭발했어. 설거지통 안에 그릇들을 있는 대로 떨그럭거리면서 씻는데도 아무도 내다보지를 않는 거야. 점점 더 부아가 치밀어 참다못해 남편 방문을 벌컥 열었지. “이게 .. 사는 이야기 2013.11.03
가을 햇살 아래 기온이 갑자기 뚝 떨어져, 옷을 제대로 챙겨 입지 않고 외출했다가는 늦은 저녁 귀가할 때면 오르르 떨기가 십상이다. 그럴수록 햇빛 좋은 낮 시간에 이것저것 하자니 몸과 마음이 바쁘다. 여름내 눅눅해졌던 이부자리를 내어 말린다. 껍데기를 씌워 다시 또 말린다. 장롱 속에 칩거했던 .. 사는 이야기 2013.10.27
은사님을 작별하며 깡마른 체구, 뿔테 안경 너머로 학생들을 쏘아보는 강렬한 눈빛, 팔짱을 끼고 어딘가 한곳을 응시하며 빠른 속도로 혼잣말처럼 이야기를 풀어내다가 잠시 말을 뚝 끊는다. 학생들의 시선이 한곳으로 모인다. 그러다가 다시 띄엄띄엄 마침표를 찍어나가듯 이야기를 이어간다. -시니컬하면.. 사는 이야기 2013.10.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