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영화 ·강연 이야기 669

113 <어느 인문학자의 6.25> 강인숙

이토록 적나라하고 충격적인 6.25 이야기는 읽어본 적도, 들어본 적도 없었다.인민군이 댓글을 달아놓았다는 저자의 일기장이 아니었으면 아무리 기억력이 비상해도 이런 글이 나올 수가 없으리라.저자와 나의 나이거리 15년-저자가 겪은 일제 말-해방-건국-6.25의 대수난 시기를 나는 아무것도 모른 채 보냈다. 생존의 밑바닥을 치고 마침내 생을 움켜쥔 그날의 생존자들에게 경의를 표하며 뜨거운 박수를 보내고 싶다. 우리에게 6.25는 ‘아닌 밤중에 홍두깨’고 ‘마른하늘에 날벼락’이었다. 미군 철수 직후라 비행기도 전차도 한 대 없는데다, 모내기철이라 병사들은 부모를 도우러 고향으로 휴가를 떠난 일요일, 주도면밀하게 준비해서 들이닥친 침략자 앞에 무방비상태의 아군은 허둥지둥 밀리고 밟힐 수밖에 없었다.한강철교는 ..

112<나는 산으로 간다> 조용헌

2000년 7월 5일에 산 이 책을 서가에 잘 모셔 놓았다가 이번에 꺼내 읽으면서 거의 두어 달 들고 있었다. 얼른 읽고 내려놓지 못한 것은, 자세히 읽어야 어느 절에 가면 좋을지, 가서는 잘왔다고 감탄할지 알 수 있을 것 같아서였다. 이번이 두 번째 독서인 것 같은데, 전에 읽은 기억은 없고 밑줄 친 흔적과 마인드맵을 꼼꼼히 만들어놓은 흔적이 있다. 저자 조용헌은 남이 가지 않은 길을 갔다.70년대에 한의학이, 최창조의 풍수학이 어느 정도 학문으로 인정되었듯이, 사주명리학이 어엿한 학문으로 인정받게 되기를 염원한 끝에 마침내 원광대에서 사주명리학을 강의하는 유일한 교수가 되었다. 그는 지금도 주말이면 모든 걸 작폐하고 마음속에 담아둔 절을 찾아 산으로 간다. 누가 거기서 부르는 것처럼. 그는 ‘山八字’..

111 약탈문화재의 세계사 - 1.돌아온 세계문화유산

약탈문화재의 세계사> 김경임 지음-제1권. 돌아온 세계문화유산      저자는 서울대 미학과를 졸업하고 1978년 우리나라 여성 최초로 외무고시에 합격하여 외교관의 길로 들어섰다.외교통상부에 근무할 당시 문화재 반환 문제에 대해 전문적인 식견을 갖추게 되었고 2011년프랑스와의 외규장각 도서반환 협상 당시에도 자문위원으로 활동했다.  이 글은 본의 아니게(?) 고향과 주인을 떠나 만리타국에서 떠돌다가 마침내 본향으로 돌아온 세계적인 문화재들에 관한 이야기다. 년 유네스코 불법 문화재 반환 협약>의 성립 이후 각국이 자국의 문화재 반환에 보다 큰 관심을 갖게 되었고, 이때 문화재 반환운동에 총대를 맨 건 미국이다.미국은 그들의 유명 박물관에서 지니고 있던, 적법한 절차를 거치지 않고 반입된 문화재들을 자발..

110 <약탈문화재의 세계사 1.돌아온 세계문화유산> 김경임

클레오파트라의 바늘>에 이어 사라진 몽유도원도를 찾아서> 부석사 관음상의 눈물>로 우리에게 친숙한전직 문화전문 외교관 김경임씨가 이번에 네 번째로 약탈문화재의 세계사-1.돌아온 세계문화유산>과('클레오파트라의 바늘' 개정판)>를 냈습니다.  대부분의 작가와 저자가 그러하듯, 밤을 낮을 삼아 붓끝에 자신의 정신의 영롱한 결정체를 실어 또 한 권의 책을 세상에 선보이게 된 것입니다. 관심 있는 독자여러분께서는 함께하시어 출판을 축하하고 격려하는 기회를 가지시기 바랍니다.이번에는 저자 초청 강연회>의 형식을 빌어 출판기념회를 합니다. 일시: 2017년 7월 19일 (수) 오후 3시장소: 국회의사당 헌정기념관> 대강당(2층)찾아오시는 길: 9호선 국회의사당역> 하차, 6번 출구- 국회 1문- 오른쪽 국회도서관 ..

109 <운명> 문재인

나는 ‘그쪽 사람들’을 잘 알지도 못하면서, 이해하려 들지도 않으면서, 상당수의 보수파들이 그러하듯 어느 한쪽만 보고 그들 집단을 白眼視해 왔다. 그러나 앞으로 5년을 이끌 지도자의 모습을 눈만 뜨면 볼 텐데 악감정이나 불쾌한 감정을 키워 봐야 좋을 게 없을 것 같아 시각을 달리해야겠다고 생각하는 중에 마침 송기인 신부님의 말씀이 귀에 꽂혔다. -늦은 감은 있지만 이제부터라도 문재인 당선자는 국민여러분을 실망시키지 않을 거라고, 지켜봐 달라는 요지의 말씀.서명숙의 다큐소설 영초언니>, 영화 노무현입니다>, 문재인의 자서전 운명>을 이어서 읽고 보았다. 그런데 취임 한 달-나 같은 이들이 늘어나면서 새 대통령의 인기는 치솟고 있지만 그들이 내놓는 人士들은 은근한 불쾌감을 불러일으킨다.오죽하면 ‘남불 내로’..

108 <영초언니> 서명숙

영초언니     -무지를 일깨우다(우리가 몰랐던 세상)-   1976년 봄부터 1980년 가을이 주요 시대적 배경이고, 이 이야기는 작가의 생생한 체험담과 그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實名을 사용한 非虛構文學이다. 우리가 이름만 들어도 아 아~ 하는 사람들이 등장한다.유시민, 이해찬, 심재철--   작가가 이 글을 쓰게 된 동기는 법정에 들어서는 최순실의 외침을 듣고서부터였단다.-여기는 더 이상 민주주의 특검이 아닙니다. 너무 억울해요!이 외침에 오버랩 되는 또 하나의 외침--민주주의 쟁취, 독재 타도!40여 년 전 들었던 그 외침의 주인공이 바로 천영초, 영초언니>다.그와 전직대통령 박근혜는 동갑이다. 이제, 한 사람은 囹圄의 몸이 되고 한 사람은 온갖 고초를 겪고 마침내 자유의 몸이 되었다...

107 <수도원기행> 공지영

도전은 아름다운 거, 그것이 뭐가 되든!하느님으로부터 멀어진 내게 수도원 기행>이 큰 은혜가 되리라는 기대는 애초에 없었으나 읽는 동안 마음이 평화로웠다. 작가가 20여일 여행하는 동안 수도원 안팎에서 만난, 따뜻하고 친절하고 조건 없이 베푸는 그런 이들의 모습이 읽는 이의 가슴에 조용히 타오르는 촛불처럼 여겨져서였을까?또 한편 작가 자신이 도처에서 만난 인연들의 이야기를 감칠맛 나게 풀어놓으면서 더할 수 없이 솔직하게 고해성사 보듯 자신의 내면을 열어 잔잔한 감동을 준다. 그녀는 책 속 여기저기서 기적 같은 사건들을 털어놓는다.전화가 오기 하루 전에 툭 던진 소망의 말-한 달만 유럽의 수도원에 가서 쉬고 왔으면-이 다음날 한 통의 전화로 실현 가능한 일이 된 거라든지, 흐리고 비 오다가도 그녀가 길을 ..

106<자기 앞의 생> 에밀 아자르 장편소설

에밀 아자르 장편소설/ 용경식 옮김 얼마전 동생으로부터 카톡이 왔다.‘김영하의 책 읽는 시간’ 중에 나오는, 로맹 갈리의 새벽의 약속>을 들어보라고~단서가 붙었다. 글 속의 엄마가 우리 엄마를 생각나게 한다고~유투브로 들어가 김영하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다.글속의 어머니와 우리 어머니는 닮았다. 자신은 허름한 옷을 걸치고 거친 음식을 먹으면서도 어디 내놓아도 빠지지 않는 자식으로 키우려 했던 어머니— 우리들의 어머니상이 자전적 소설 새벽의 약속>에 나온다. 그 글의 저자가 에밀 아자르라니--오래 전에 동생이 직접 번역했다고 가져다 준 자기 앞의 생>-서가에서 얌전히 기다려준 책을 찾아냈다.‘책 읽어 주는-’의 안내를 받고 나니 이 책이 새삼 무척 재미있게 다가왔다.  배경은, 화려하고 문화를 선도하는 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