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꽃나무 이야기 112

봉원사의 연꽃축제

지난 여름 봉원사 연꽃이 축제를 벌였다 햇살만이 고요히 부서져내리고 인적조차 드믄 그런 오후 연꽃이었다 / 신석정그 사람은, 물 위에 떠 있는 연꽃이다 내가 사는 이 세상에는 그런 사람 하나 있다. 눈빛 맑아, 호수처럼 푸르고 고요해서 그 속을 들여다보고 있으면 아침나절 연잎 위, 이슬방울 굵게 맺혔다가 물 위로 굴러 떨어지듯, 나는 때때로 자맥질하거나 수시로 부서지곤 했다. 그럴 때마다 내 삶의 궤도는, 억겁을 돌아 물결처럼 출렁거린다. 수없이, 수도 없이 그저 그런, 내가 그 깊고도 깊은 물 속을 얼만큼 더 바라볼 수 있을런지 그 생각만으로도 아리다. 그 하나만으로도 아프다.

아차산의 봄

산너머 남촌에는 -김동환- 산 너머 남촌에는 누가 살길래 해마다 봄바람이 남으로 오네 꽃 피는 사월이면 진달래 향기 밀 익는 오월이면 보리 내음새 어느 것 한 가진들 실어 안 오리 남촌서 남풍 불 제 나는 좋데나 상추, 쑥갓 등을 심은 밭 아차산 입구 나의 살던 고향은 꽃피는 산골 산 너머 남촌에는 누가 살길래 저 하늘 저 빛깔이 저리 고울까? 금잔디 넓은 벌엔 호랑나비 떼 버들밭 실개천엔 종달새 노래 어느 것 한 가진들 들려 안 오리 남촌서 남풍 불 제 나는 좋데나 명자꽃 명자꽃 / 안도현 그해 봄 우리집 마당가에 핀 명자꽃은 별스럽게도 붉었습니다. 옆집에 살던 명자 누나 때문이라고 나는 생각하였습니다. 나는 누나의 아랫입술이 다른 여자애들보다 도톰한 것을 생각하고는 혼자 뒷방 담요 위에서 명자나무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