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꽃나무 이야기 111

박목사 송별연

운길산 자락에 사는 친구네 집에서 성대한 午餐이 있었다. 뉴질랜드 나그네의 송별연 자리다. 한 달 가까이 머물다가, 오는 일욜에 떠나는 친구- 평소 그를 좋아하는 벗들이 많았기에 오늘 이 자리도 마련된 셈이다. 베푼 만큼 거두어 들인다던가~ (이 사진들은 송** 사진작가의 작품임) 성대한 오찬을 나누고 마현마을로 나갔다. 연꽃은 다 베어냈지만 단풍은 절정으로 치닫고 있었다. 모두들 행복한 순간을 보냈다. 나그네와의 기약없는 이별이지만 우리는 이제 '離別'이라는 말을 입에 담지 않는다. 이별에 담담해야 하는 시간이 다가온 것이다. See you later, my friend!!

백일홍, 6월에서 10월까지

여름이면 시골마당에 색색으로 가득 피어 시선을 잡곤했던 백일홍-- 왜 도시에서는 자주 만날 수 없을까? 손녀에게 꽃이름 하나라도 가르쳐 줄 양으로 백일홍 씨를 사서 부엌쪽 창가 바깥 수도가 있는 곳에 손녀와 함께 꽃씨를 뿌렸다. 한참 뒤 잎이 올라오는 걸 보니 백일홍이었다. 대문앞에 심은 채송화가 한 포기도 올라오지 않아 서운했던 마음이 위로를 받았다. 칠월 들어 꽃이 한 송이, 한 송이 피기 시작했다. 한 줄기에서 올라오는 꽃이 색깔도 가지가지인 게 신기했는데 꽃잎도 홑잎, 겹잎이 함께 피어난다. 한 부모 뱃속에서 나온 여러 자식들이 성격도 생김새도 가지각색인 것과 비슷하다. 건너편 금화규꽃은 아침에 피었다가 저녁에 져 버려 아쉬운데, 백일홍은 문자 그대로 100일까지 가려나, 그 花期가 길어서(6월~..

참나리, 칠월의 꽃

이 땅에 자생하는 나리 중의 으뜸, 참나리가 개화를 시작했다. 소나무 곁에 터를 잡고 봄부터 싹을 내기 시작해서 두 대가 나란히 2m까지 족히 자라더니 엊그제 첫 꽃망울을 터트렸다. 밑동부터 피기 시작해서 30 송이 가까이 차례차례 피어날 예정이다. '순결, 깨끗한 마음'의 꽃말을 지닌 참나리는 '참'자가 들어가서인지 우리 민족과 닮은 데가 있다는 생각이 든다. 바람과 햇빛 속에서 긴 시간을 조금씩 아주 조금씩 자라, 웬만한 비바람에도 줄기가 기울어지지 않고 하늘을 향해 그 날카로운 잎을 펼치고 마침내 묵직한 꽃망울을 키워냈다. 아직도 서울 한복판에 이런 철조망이 있다. 군부대 철책이 연상되는 저 철조망을 걷어달라고 옆집에 부탁을 해 보았다. 일언지하에 거절이었다. 우리집 담 뒤로 해서 도둑이 자기네 집..

금화규꽃이 왔어요

봄에 손녀와 꽃씨를 심으려고 채송화, 백일홍 그리고 맨드라미씨를 사왔다. 백일홍은 수돗가라지만 다른 데보다 흙이 좀 메마른 곳에 심었다. 그리고 채송화는 대문에서 들어오는 돌계단 위에 심고 맨드라미는 소나무 옆 흙이 좋은 곳에 뿌렸다. 혹시 몰라 화분에도 따로 심었다. 백일홍은 6월이 되면서 잎을 내는데 전에 보았던 백일홍잎이라 맘이 놓였다. 대문입구 채송화는 기척이 없다. 발아를 못한 게 확실하다. 내년엔 여러 개 작은 화분에다 나누어심어야겠다. 그런데 맨드라미 잎이 올라와야 할 화분과 흙에서 호박잎 같기도 하고 수세미잎 같기도 한 게 나오기 시작한다. 잎이 묵묵히 숫자를 늘려가더니 어느날 발그레한 분홍꽃잎이 어느새 한풀 꺾인 채로 눈에 띄는 게 아닌가? 엇, 이게 뭐야? 오후엔 꽃잎이 꼭 무궁화처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