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여행/은퇴자마을 강원도 양구 두 달살이 84

빨래와 화가 박수근-양구 73

2022년 5월 21일 토 덥고 맑음 (체험관으로 빨래하러 감) 9시15분-10시30분 (세탁), 10시45분-11시25분(건조) (양구인문대학--화가 박수근의 생애와 예술세계) 여행자는 고생을 '사서' 하는 사람들이다. 편안한 제집을 놔두고 길 위로 나서는 사람들이다. 집을 나서는 순간 하나서 열까지 돈이 들어간다. 그러니 고생을 '사서 한다'고 말할 수밖에~ 그러나 그 '고생'을 '즐거움'으로 바꾸는 재주를 부리는 이들이 또한 여행자들이다. 오늘은 퇴실을 열흘 앞두고 세탁물을 한번 돌리려 숙소에서 십여 분 거리에 있는 '체험관'(전에는 초등학교 분교였던 곳) 세탁실을 찾았다. 두 달여 가벼운 것들은 손빨래를 하거나 대니 손을 빌렸었다. 세탁실 안엔 대형 세탁기가 두 대, 건조기가 두 대 있었다. 세탁..

파서탕--양구72

2022년 5월 20일 금 맑고 더움 제니와 조이의 오늘 아침은 희망차다. 함께 아침식사를 했다. 오늘은 방산면 수입천 중간에 있는 '破暑湯'엘 가기로 했다. 오미리에서 파서탕교를 건너 그늘진 곳에 차를 세우고 파서탕까지 2.3km 정도를 걷는다. 고광나무꽃 향기와 고깔제비꽃, 미나리아재비, 쪽동백나무, 쥐오줌풀 등이 인적없는 길가에서 우리를 반긴다. 수입천을 흐르는 물소리와 산새들의 울음소리가 숲길 산책의 정취를 더한다. 그런데 이 무슨 난관인가! 파서탕을 불과 800m도 채 못 남겼는데 턱하니 철문이 앞을 가로막는다. 거기에 붉은 천에 노란 글씨로 '경고'라고 쓰고, 형법 319조까지 들먹이면서 '무단침입 시 고발조치한다'고 써붙였다. 억지도 유분수지, 도로를 턱 막고 그런 엄포를 놓는 주인장의 얼굴..

이냥저냥보낸하루--양구71

2022년 5월 19일 목 맑음 -제니 서울 가다/희소식을 안고 돌아오기를! (약침 8회) 약침을 일곱 번이나 맞았으니 어느정도 효과가 있어야 할 텐데 무릎통증은 여전하다. 그래도 10회는 맞고 가야지 하는 맘은 변함없다. 의사선생한테 여전히 아파서 속상하다고 말했다. 그분도 안타까워하는 게 역력하다. 제발 수술로 가는 길은 어떻게 하든 막고 싶다. (산책) 목장가는 마을버스는 하루 네 차례밖에 안 되지만 팔랑가는 버스는 40분마다 온다. 그래서 침 맞고 돌아갈 때면 팔랑행 버스를 탄다. 팔랑보건소에서 하차하면 집까지 걸어서 40분거리다. 그럴 땐 대니가 버스정류장으로 마중을 나온다. 함께 걷는 길이 더없이 좋다. 몰타에서도, 뉴질랜드에서도 이렇게 둘이 말없이, 때론 두런두런 이야길 나누며 걸으면 그리 ..

할미꽃의 하루--양구 70

2022년 5월 18일 (수) 비 온 후 갬 --J마트에서 장보기 --산책 양구확진자 16명 양구읍에 있는 J마트에 갔다. 며칠만에 왔더니 작약이 환하게 웃으며 반긴다. 말일까지 쓸 먹거리를 사왔다. 좋아, 이제부터는 열심히 먹고 써서 냉장고를 비우기로-- 저녁산책에서 처음보는 꽃나무를 만났다. 花期가 늦어서 이제 눈에 띈 것이다. 새로운 발견은 언제나 즐겁다. (5972보 걸음) *굿 뉴스* 보수쪽 대통령이 현직 장관들과 여당 국회의원 100명을 대동하고 5ㆍ18 행사에 참석, '임을 위한 행진곡'도 같이 부름으로써 새로운 역사를 씀

팔랑보건소--양구 69

2022년 5월 17일 화 한때 소나기 후 갬 (보건소 다녀옴) --오늘 버스타고 군량리 다녀올까? --허리 아퍼서 차 안 탈래. 허리 압박골절로 인한 후유증이 도졌나 보다. 아무래도 자전거가 문제. 한달 내내 신나게 타고 다니더니! 책을 들고 앞마당에 있는 정자로 나갔다. 돗자리나 의자가 있으면 딱이겠는데, 아쉬운 대로 난간에 걸터앉아 책을 펼친다. 조선희 神父의 '기나긴 겨울'- 오늘 아침에도 박격포 훈련이 있어 쿵! 쾅! 반복적으로 산을 울리는 소리가 들렸는데--6.25 전쟁포로로 끌려갔던 이야기가 時宜適切하다. 볼에 스치는 淸凉한 바람, 물까치의 울음소리, 시도 때도 없이 뽑아내는 수탉의 울음-- 반복해서 들어도 전혀 거슬리지 않는다.--속 시끄럽게하며 화만 돋우는 TV뉴스와 격이 달라도 한참 다..

보랏빛 오월--양구68

2022년 5월 16일 (월) 한때 천둥 후 갬 --약침 7회 --산책길에서 만난 보랏빛 아가들의 왁자지껄 떠드는 소리와 웃음과 재재거림을 한바탕 쏟아 놓고 아들가족은 집으로 돌아갔다. 조용한 일상으로 되돌아오니 나른함과 권태마저 느껴진다. 약침 7회째--좋아졌다 나빠졌다를 반복하고 있지만 어쨌든 열 번은 맞아보아야 약침의 효과를 말할 수 있을 것 같기에 오늘도 한의원을 찾았다. '수연 헤어라인'에 들러 커트도 하고 J마트에서 새우젓도 한 통 산 후 정류장으로 갔다. 20분 가량 기다린 후 목장행 버스에 올랐다. 창밖으로 펼쳐지는 풍광이 익숙해지니 잠이 스르르 온다. 오월 한낮, 텅빈 버스 안에서 반복적으로 들리는 차바퀴 돌아가는 소리를 자장가 삼아 낮잠에 빠진다.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다 낮은 햇살이 ..

바다정원--양구67

2022년 5월 15일 (일)18도/13도 바람 불고 쌀쌀함 --바다정원 --광치 막국수 리조트가 지은 지 오래되서인지 퀴퀴한 냄새는 났지만 이부자리가 좋아서 잠을 잘잤다고 한다. 나도 마찬가지- 아침은 현대설악콘도 부근 식당에 가서 순두부,만두국 등을 시켜 먹었다. 신흥사,낙산사 등도 좋지만 아이들에게 바다를 한번이라도 더 만나게 해주고 싶어 '바다정원'으로 방향을 잡았다. 모두들 즐거워하는 눈치다. 물론 아가들은 바지를 몽땅 적시고-놔뒀으면 기냥 바다로 들어갈 기세다. 음식점을 숙소 근처에 두고도 한번도 가지 않은 곳을 젊은애들이 검색을 하더니 그리로 가잖다. '광치막국수' 국수를 먹을 때마다 이걸 무슨 맛으로 먹나 하는 입맛이니까 내 찬사를 듣기는 어려웠을 테고 다들 그렇고그런 맛인가 보았다. 조용..

속초나들이--양구 66

2022년 5월 14일 토 맑음 --양구수목원/선사 ㆍ근현대사박물관 --속초 중앙시장/해변 아이들은 매순간 즐겁다. 어디다가 놓아도 웃고 뛰고 논다. 종일 아이들과 함께하노라면 저절로 표정이 밝아지고 젊어지는 느낌이다. 조물주의 신비다. 양구수목원과 선사박물관을 보고 속초로 갔다. 예약한 숙소가 있는 '설악 파인 리조트'--온천탕과 수영장은 수리 중이란다. 아이들더러 수영복을 준비해 오랬는데 할머니가 거짓말쟁이가 된 셈이다. 어쩐지 숙박비가 싸더라니-- 속초의 중앙시장은 대만의 시장을 연상할 정도로 사람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언제부터 속초 닭강정이 그리 유명한 먹거리가 되었나. 장사진을 이루고 있다. 시간이 일러서인가? 값이 터무니없이 비싸서인가, 시장 지하에 있는 대게 집은 한산하다. 가격 대비 맛도 ..

검은등뻐꾸기와 손녀들-양구65

2022년 5월 13일 (금) 흐리고 바람 붐 --검은등 뻐꾸기 --손녀들 양구에 옴 비록 70중반의 나이에 들었어도 여전히 재주 있고 총명한 친구가 그 답을 찾아낼 것 같아, 아침에 찍은 동영상을 동창회 카톡방에 올렸다. 새의 이름을 알아내면 '厚謝'하겠다는 댓글과 함께. 이름모를 산새의 낭랑한 울음소리가 담긴 숙소앞 정경이다. 주거니받거니 숙소앞 풍경에 감탄하는 친구들도 있고 '후사'에 꽂혀 부지런히 검색에 들어간 친구도 있었다. 잠시 후 그 새 이름은 '등검은뻐꾸기' 라고 알려 왔다. 새의 모습과 울음소리와 함께~~ 새이름을 알고 나니 그리 좋을 수가 없었다. 반면 어떤 이는 굳이 이름을 알아 무엇하겠느냐, 듣기 좋으면 그만이지. 난 김춘수의 '꽃'으로 답을 했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약침 6--양구 64

2022년 5월12일 맑음 24도/10도 (약침 6회) 약침의 효능을 알려면 한두 번 맞아서 되겠는가 하는 생각으로 오늘도 '혼자'서 꿋꿋이 버스정류장으로 향한다.(한때는 넷이 가서 침을 맞은 적도 있다) 목장이 종점인 버스가 돌아나오기를 기다려 버스에 오른다. 늘 빈차에 오르지만 두세 정거장 가면 나보다 성님인 할머니들이 구부정한 허리를 하고 또 지팡이를 들고 차에 오른다. 15인승 버스에 거의 90%가 할머니군단이다. 젊은이들은 승용차로 다니니까. 그나마 요새 겨울잠에서 깨어난 할머니들이 모습을 보이기 시작한 거지, 3월만 해도 손님 하나 없는 텅 빈 버스가 돌아다닐 때면, 특히 환하게 불을 밝힌 막차가 빈 차로 돌아나가는 걸 보고 있노라면 마음이 짠하고 누구한테랄 것 없이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