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여행/은퇴자마을 강원도 양구 두 달살이 84

휴식--양구 53

2022년 5월1일 (일) 몹시 바람 붐 --이동하 '장난감도시' 완독 --제니네와 저녁식사 '장난감도시'를 끝까지 다 읽었다. 초반에 꽤 흥미로웠는데 뒤로 갈수록 우울하고 기분이 가라앉는다. 밝고 희망에 부푼 어린 날이 어느 순간 도시 외곽의 판자촌 아이가 되면서 아이의 삶은 내리막길을 달린다. 일상화된 허기, 굶주림, 걸인생활, 구두닦이, 폭력배들과의 어울림-- 영양 실조로 돌아가신 어머니, 감옥에 간 아버지, 입을 덜기 위해 남의집 민며느리로 들어간 누나-- 6.25세대의 이야기가 이보다 더 처절할 수 없다. 저녁엔 제니 내외를 불러 함께 식사를 했다. 청국장과 함께 어제 평창고모가 준 나물을 주반찬으로 시골식단이 차려졌다. 평생 먹어도 물리지 않는 이 시골밥상--우리들의 에너지원이다.

서울행--양구 51

2022.4.29 맑은 후 흐림 --안 가본 길에 대한 궁금증은 내 삶의 원동력-- 팔랑리 9시40분 발 버스를 타고 양구터미널에 도착하니 동서울행 버스가 12시에나 있다. 11시10분에 출발하는 춘천행 버스를 타보기로 했다. 한번도 안 가본 노선이다. 낯설어서 즐겁다. 외곽은 양구와 비슷한 분위기이나 시내로 접어드니 하늘을 찌를 듯 우후죽순으로 뻗어올라가는 아파트들, 달박달박한 거리의 상점들과 사람들--서울의 도림동쯤에 와 있는 기분이다. 춘천역에 하차, 역시 처음 타보는 itx 청춘열차--경로 할인가 적용, 청량리까지 편도 5700원. 쾌적한 차내에서 기분좋게 한 시간을 달려 청량리역에 도착, 1호선으로 환승, 제기역에 내리니 서울이 낯설다. 집 가까이에 와서야 낯익은 풍경들을 만나니 와락 반갑다. ..

비수구미--양구 50

2022.4.28 목 맑음 후 흐림 --이삭농원 --비수구미 어린이날 선물로 아이들에게 사과쥬스 한 상자 보내려고 에 들렀다. 며칠 새 사과꽃이 하얗게 피었다. '꽃잎은 하염없이 바람에 지고 만날 날은 아득타,기약이 없네~' 스피커에서 '동심초'가 흘러나온다. 이삭농원의 꽃들은 종일 음악을 들으며 자란다. 어찌 예쁘고 맛 또한 좋지 않을 수 있겠는가! 비수구미는 팔랑리에서 한 시간 거리다. 구비구비 산길을 돌아 목적지를 지척에 두고 '평화공원'에 닿는다. 평화를 간절히 염원하는 조형물들이 마음을 숙연하게 한다. 어린 병사들이 버스를 타고 견학을 온 모양이다. 이리저리 몰려다니며 구경을 한다. 비수구미 마을로 들어서 5분여 비포장길을 털썩 덜그럭 달리다가 적당한 곳에 차를 세우고 가파른 계단을 올랐다. 파..

에코백 완성하기--양구 49

2022년 4월27일 맑음 --에코백에 그림 그려넣기 --약침 3회 --주민과의 대화를 위한 식사 쿵 쿵 쿵! 오늘도 포사격 훈련이 있나 보다. 골짜기에 잇달아 연기가 피어오른다. 가끔은 포탄이 산을 넘어 밭이나 민가에 떨어지기도 한다고~ 휴전국가의 민낯이다. 인문학박물관에 체험학습을 하러 갔다. '에코백에 그림 그려넣기 활동' 아이들과 함께하면 더욱 재미있을 것 같은 프로그램이다. 조이와 대니는 틀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그렸다. 프로들을 귀신같이 알아보고 아줌마들이 연신 들여다보며 탄성을 발한다. 저녁엔 팔랑리 '엄마네 밥집'에서 샘터팬션 식구들과 마을대표들과 국장, 사무장이 함께 식사를 했다. 가격 대비, 식단이 알차고 맛도 좋았다. 오고가는 대화도 감사와 칭찬 일색--그러나 립서비스 차원을 넘어선 진..

서울에서 동생 옴--양구 48

2022.4.26 (화) 갬 탕탕탕탕! 쾅쾅 우르릉 쾅! 저 멀리 골짜기에서 보오얀 연기를 피워 올리며 연이어 산을 뒤흔드는 박격포 소리-- 훈련이 있을 거라는 안내 방송을 듣긴 했지만 무섭다. 우크라이나의 實戰이 오버랩되어. 정류장 앞 살림집에서는 포격소리에 아랑곳없이 할머니들의 두런두런 얘기소리가 멈추지 않는다. 수탉이 놀랬는지 시도 때도 없이 목청을 뽑는다. 11시40분 양구터미널 도착 예정인 동생을 만나러 팔랑리 버스정류장에서 차를 기다리는 중이다. 터미널에서 족히 두 시간을 기다린 끝에 마침내 아우가 주차장으로 들어선 차에서 내린다. 도착하자마자 돌아가는 버스표를 먼저 끊어 주었다. 함께할 수 있는 시간은 한 시간 남짓! 에그 존에서 샌드위치와 아메리카노를 주문해서 들고 택시로 한반도섬으로 갔다..

제주도에서 손님이 옴--양구 47

2022.4.25 (월) 흐림, 양구 확진자 37명, 전국 확진자 34,370명(80일만에 최저라고 한다) --약침 치료 2회 --제니네와 비빔밥 파티 --연금공단직원 내방 오늘은 대니도 함께 침치료를 받았다. 둘다 만족했다. 그 터무니 없게 싼(말 되나?) 치료비 때문에 더욱 더. 지난번처럼 초음파--온열치료-약침/일반침--부황을 뜨고 대니도 약침 빼고 나와 똑같은 치료를 받았는데 단돈 7300원이다. 양평해장국 한 그릇에 9000원인데 말이다. 대한민국은 '의료천국'이라고 감히 말해도 될까? 제니가 서울 갈 때 송별의 의미로 감자수제비국을 해줬더니 오늘은 제니가 비빔밥을 함께 먹자고 한다. 저녁엔 화려한 비빔밥 파티를 했다. 막사(막걸리+사이다)를 곁들였더라면 금상첨화였으련만~ 귀한 손님이 오셨다, ..

팔랑골 캠핑장--양구 46

2022.4.24 일요일 흐림--확진자 33명 손녀들을 한번 초대할까 해서 팔랑골캠핑장의 시설을 둘러보았다. 글램핑 텐트가 맘에 들었다. **글램핑:고급스럽고 편리한 물건들을 갖추어 놓고 하는 야영. TV 냉장고 침대도 있고 간단한 취사도구와 휴식 공간도 갖추어져 있었다. 바로 앞에는 아이들이 뛰어놀 수 있는 공간도, 미끄럼틀도 있다. 한바퀴 돌아오니 6000보가 넘었다. 인천댁이 잡채와 김밥을 줘서 점심을 푸짐하게 먹었다. 오후엔 '장난감 도시'를 읽으며 보냈다. 서울 갔던 제니 내외가 돌아와서 좋았다. 어제에 이어 저녁산책을 나갔다. 별밭과 귀청을 때리는 무논의 개구리 울음소리--양구 팔랑리 지게마을의 밤은 더없이 아름답다.

한의원 약침치료--양구 45

2022년 4월 23일 (토) 맑음 23도/10도, 양구확진자 36명--양구살이 이래로 가장 적은 숫자의 확진자. 뭐, 이제는 신고해도 나라에서 해주는 것이 없으니까 신고를 안 하는 게 아닌가 싶기도 하다. 오전에 제니는 서울 다니러 가고 난 읍내 한의원을 찾았다. 퇴행성 관절염 환자에게 비수술요법으로 약침이 있다고 했으니 그걸 한번 맞아볼란다. 전에 봐 두었던 '양구부부한의원' 문을 열었다. 접수처에 초진환자 접수를 하고 물리치료실로 바로 들어갔다. 초음파 치료->온열찜질-->약침과 일반침-->부황뜨기 간호사와 젊은 의사가 들락거리며 친절하고 자상하게 설명도 하고 환자의 말을 경청한다. 왜 호감이 가지 않겠어? 5월 말까지 양구에 있을 예정이니 그동안 한 열 차례 치료를 받아보자 생각한다. 이 기회에 ..

배꼽제빵소--양구 44

2022년4월22일 (금) 습기찬 바람 불고 흐림 (배꼽제빵소) 제니가 문을 두드리며 말했다. 날씨가 흐리고 비가 올 것 같아 라떼 생각이 나는데 읍내로 차 마시러 가는 게 어떠냐고~ "You are the boss!" 배꼽제빵소로 갔다. 라떼와 식빵 한 덩어리를 '맛나게' 먹었다. 오후 산책은 오르내리막이 적은 마을길을 택했다. 무릎이 견딜만했다. 새로 피어나는 꽃들이 눈에 들어왔다. 애기똥풀, 금낭화, 분꽃나무--애기똥풀은 와룡공원에 지천으로 깔려 있어 익숙하고 반갑고, 금낭화는 집에서 기르던 앙증맞은 꽃이고, 분꽃나무꽃은 처음 본다. 물까치를 처음 보았을 때 느낀 경이로움을 분꽃나무꽃에서도 맛보았다. 그 우아하고 섬세한 아름다움이란~ 이 나무를 우리집 뜰에 심고 싶다. 그러면 나는 이 꽃을 보고 향..

화천 파로호 산소길--양구43

2022.4.21 목 快晴, 양구확진자 61명 --화천 산소 100리 길 지난 저녁엔 밥숟가락을 놓자마자 어찌나 잠이 쏟아지던지 참지 못하고 9시 뉴스도 못 본 채 잠이 들었다. 아니나 달라, 잠이 깨니 자정을 갓넘긴 12시 30분이다. '큰일났네, 이 긴 밤을 어찌할꼬!' 불을 켜고 책이라도 보았으면 딱이겠는데, 대니의 수면에 방해가 되니 그것도 안 되겠고~ 고요 속에 가만히 웅크리고 온갖 잡생각에 빠진다. 3시 가까이 되어서야 다시 잠이 들었다. 생각해 보면, 그동안 커피가 수면싸이클을 방해한 것이다. 커피를 마시지 않으니 몸이 자연에 순응해서 해 떨어지면 졸린 거다. 요새 부쩍 커피에 대한 거부감이 든 것은, 커피를 마시고 산책을 나가면 화장실 찾기에 급급해져 산책의 질을 떨어트린다. 그래서 요 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