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여행 557

고흥 여행(1)녹동항

오늘은 마흔 여섯 번째 돌아온 결혼기념일이다.그간 나름 의미있는 날을 만들어 보려고, 한해 동안 가장 고마웠던 사람을 초대해 식사를 대접하기도 하고, '가족의 날'이라고 이름을 붙여 가족끼리 오붓하게 식사를 하기도 했다.이제 식구가 늘어 제각기 행사가 많아지다 보니, 부부만 단촐하게 여행을 다니는 걸로 의미있는 시간을 갖는다.우연히 허영만의 고흥편 '백반기행'을 보다가 '우리 저기 한번 가보자' 고 즉흥적으로 맘먹고 떠나오게 된 곳이 바로 '고흥'이다.9시 40분 용산역 출발하는 '무궁화호'가 승강장으로 들어섰다.아니 이 웬 후진국 열차? 꾀죄죄한 외모에 페인트 칠마저 여기저기 벗겨진 꼴이라니~ 영락없는 추레한 노인이다.그러나 외모완 달리 객실은 안락하고 승객들은 조용히 폰을 들여다보거나 눈을 감고 있었..

옥정호의 물안개

아침 일찍 온통 시야를 가리고 있는 안개를 뚫고 순창에서 옥정호 쪽으로 방향을 잡아 27번 국도를 달렸다. 새 도로가 뚫리고 있는 고가 아래 희고 붉은 코스모스가 수줍은 듯 배시시 웃고 있었다. 가을은 역시 코스모스와 함께 오가나 보다. 운암대교를 건너 한참을 달린 후에 에 이르렀다. 짙은 안개 속에 방송국 차 한 대가 서 있고 사진 기자인 듯한 남자가 주위의 시선에 아랑곳 않고 휴대폰만 들여다보고 앉아 안개가 걷히기를 기다리고 있다. 3층 전망대에 올랐으나 시야에 들어오는 건 짙은 안개 띠였다. 오늘은 옥정호를 한눈에 내려다보고 붕어섬도 볼 수 있으리라 기대했는데 또 헛걸음을 하고 말았다. 김훈 선생의 자전거도 물안개 낀 옥정호를 지났었지. 호수는 음전한 여인인 양 좀처럼 제 모습을 드러내고 싶지 않은..

목요반 문학기행

때: 2006년 2월 6일~2월 7일 곳: 부여, 논산, 강경, 공주 집합: 2월 6일 10시 시와 시학사 일정: 시와 시학사 앞 출발⇨부여착, 점심⇨부소산성, 고란사, ⇨구드레나루, 낙화암 뱃놀이, 정한모시비, 신동엽시비⇨저녁(부여삼오식당)⇨숙박(논산) ⇨강경, 아침(황산옥) ⇨ 박용래시비⇨공주박물관⇨마곡사 ⇨서울 21:00 도착 예정 봄눈이 슬며시 찾아와 겨울의 끝자락을 잡고 있지만 아랫녘을 돌아다니다 보니 봄은 벌써 여기저기 제 체취를 느끼게 합니다. 가볍게 일상에서 벗어나 남녘에서 하룻밤 묵고 오기 좋은 곳으로 잠시 이른 봄바람 좀 피워보세나! 평일, 서울에서 10시쯤 출발하니 12시반경에 부여에 도착하게 된다. 구드래(백제의 옛명칭)공원 바로 앞에 소문난 ‘구드래쌈밥집’에서 점심을 먹고 야외조각..

구룡포에서-황당2제

2001. 1. 5 지난 연말, 3박4일의 여행을 떠났다. 남도답사 일 번지 월출산의 도갑사, 무위사를 보고, 양산 통도사를 거쳐 소위 토끼꼬리 부분 이라는 구룡포에 갔을 때의 일이었다. 부두 공판장엔 갓 잡아 올린 구룡포 홍게 수백 마리가 임자를 기다리며 나란히 줄지어 누워 있었다. 모두들 독이 바짝 오른 듯이 다리를 빳빳하게 하늘로 쳐들고 있어, 건드리기만 하면 물어뜯을 기세다. 입맛 당기는 횟집을 고르자고 이 집 저 집 기웃거리는데, 눈매도 입매도 유난히 고운 새댁(안에 있는 노친네더러 어머님, 어머님 하는 걸로 미루어)이 경상도 사투리 같지 않게 나긋나긋한 목소리로 우릴 부른다. 보기 좋은 떡이 맛도 좋다. 이 집으로! 멍게와 해삼을 한 접시 시켰더니 이 고장 특산물인 과메기를 안 먹겠냐는 것이다..

귀경--양구 83

2022년5월31일 화 맑고 더움 두달살이로 떠난 양구살이를 연장해서 82일간이나 머물렀다가 집으로 돌아왔다. 복닥거리는 도시로 어떻게 돌아가나 했지만 막상 한평생 익숙했던 공간으로 진입하니 반가움마저 솟는다. 그동안 집을 잘 지키고 나비(양이)도 잘 돌보아준 작은애 내외랑 저녁을 먹었다. 동네에 유명맛집이 있다고 해서 따라나섰더니, 문자 그대로 '맛있는 집'이었다. 알뜰히(?) 사느라 평소에 먹어보지 못한 '한우등심'을 먹었다.고기에서 향긋한 냄새가 난다. 아이들이 부지런히 구워서 앞에다 놓아주는 고기를 넙죽넙죽 잘도 집어먹었다. 자식들 하고 먹으니 더 맛있음에 틀림없다. 먹다가 둘러보니 고깃집은 그새 손님들로 입추의 여지가 없이 들어찼다. 비용이 솔찬히 나왔으나 아이들하고 나누는 이 기쁜 시간을 무엇..

만대리--양구82

2022년 5월 30일 월 흐림 -만대리 레스토랑 6시도 되기 전에 토니(수코양이 새끼)가 먼저 오고 뒤이어 마크(출산한 암코양이)가 왔다. 토니는 밥을 먹다가 슬그머니 뒤로 물러난다. 마크가 먹을 만큼 먹고 돌아가자 그제서야 다가와서 마저 먹는다. 누가 이들에게 예절교육을 시켰겠는가. 동물세계의 저 엄정한 질서 앞에 그저 놀랄 뿐이다. '만대리 레스토랑'에 가서 아침을 먹었다. 그곳은 조이가 특히 좋아하는 곳이라 묵묵히 따라나섰다. 조반만 먹고 짐을 싸야겠기에 숙소로 돌아와 계단을 오르다가, 깜짝 놀랄만큼 예쁜 벌레를 보았다. 만물박사 친구에게 문의를 하고, 한편 검색을 해보았더니 '네이버렌즈'라는 것이 있더라. 다음에서 꽃검색만 해봤는데, 네이버렌즈에서는 벌레이름도 알려준다. 도처에 스승이 있건만 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