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씨와 수녀 꽃씨와 수녀 맑은바람 초겨울 햇살 속에 주인 잃은 물봉숭아 알몸 줄기 드러내고 오르르 떨고 있는 부시시 눈뜬 아침 액자창 너머로 짱짱한 여름 아침 햇살로 화안하니 웃음발 날리던 건너집 마당 아기수녀 꽃이 참 이쁘다며 물주는 당신 모습 더 아름답단 말 숨겼더니 편지봉투 하얀 속에 이태리 물.. 글사랑방/자작시 2009.06.08
달맞이꽃 달맞이꽃 (누구 시더라?) 들판의 작은 생물들 위해 저녁나절 등불 켜는 달맞이꽃 당신은 내 어둠을 몰아내는 달맞이꽃 아이는 날아가는 새라 했다 응 그렇구나 참 멀리도 날아갔구나 아니, 문창호지 뚫고 내다본 바깥이라 했다 그러네, 밖이 아주 깜깜하구나 엄마는 내가 세상과 만나는 문이었다 엄마.. 글사랑방/자작시 2009.06.08
새봄엔 새봄엔 맑은바람 마파람 살랑 불거든 하회마을 유씨네 돌담너머 능소화 한 뿌리 캐어다 심고 왜목마을 내달아 배롱나무 가로수 하나 쑥 뽑아다 뜰 한끝에 텁석 앉히리라 악착같은 담쟁이덩굴 한 칼에 넘썩 걷어낸 자리 돌콩덩굴 드렁칡 얽히듯 한데 얼리고 수세미 주렁주렁 달아 놓아 사뿐 노랑나비 .. 글사랑방/자작시 2009.06.08
'불행'이라는 이름의 소년 '불행'이라는 이름의 소년 맑은바람 창살 없는 감옥이 집행유예를 선언한다 과외방이 아이를 가두고 물고문 한다 숙제가 닥달하고 시험지가 엄포를 놓는다 텅 빈 둥지에 할퀴고 찢긴 몸 뉘이니 슬몃슬몃 다가온 저승사자 열두 살 이승문에 철커덩 빗장 지른다 새장 밖으로 날아오른 한 마리 새 그물코.. 글사랑방/자작시 2009.06.08
용문산 은행나무 용문산 은행나무 맑은바람 만년 빙하기 비밀 지녀 오만하게 호올로 건너온 너 우주의 버팀목 두 몸 하나 되어 우뚝 천 년, 天心의 그물로 의로운 삶 건져 올려 예 이르더니 이제 백발 속 검은 터럭 밀물처럼 올라오고 주저앉은 잇몸에 아기 이빨 옥수수 알로 돋아 오르니 아아, 설레는 새 천 년! (2000. 2. .. 글사랑방/수상작 및 잡지 게재글 2009.06.08
참 새 잡 기 참 새 잡 기 맑은바람 작대기에 삐뚜름 기댄 대소쿠리 밑에 복닥복닥 쌀알들 실눈 뜨고 침 삼키며 기다린다 실타래 팽팽히 거머쥔 손 바르르 떨리고 창호지 구멍 눈알들 시리도록 붉어져 가는데 초가 황토마당 나른나른 찾아드는 눈 내린 한낮의 기인 고요- (2002. 12. 3) 글사랑방/자작시 2009.06.08
겨울밤 겨 울 밤 맑은바람 탁탁 튀는 군밤이 되고 싶다 숯검댕 아이녀석 부지깽이 끝에서 어린 손자 등 토닥이며 옛이야기 실타래 푸는 할미 곁 질화로가 되고 싶다 아니, 온몸 뭉근히 달구어 네 얼음장 가슴 녹여 줄 수 있는 온돌이 되고 싶다 이 겨울에 (2003. 1. 29) 글사랑방/자작시 2009.06.08
안능세염? 안능세염? 맑은바람 -안능세염? -아 띕알! 나 시험 존니 망쵸따! -요카지 말래찌 -내가 요카든 말둔 니가 먼 상콱이야 -글구 욐계엎 쓰눜궤 웿 납허헠? 씈떹쯰 쐉꽟하띄 마때횹 -10Cme 사라, 20000- 태평양 넘나드는 딴 세상 말들 어우러져 추는 한판 망나니 칼춤 공자왈 맹자왈 때국놈 세상 주춤주춤 물러나.. 글사랑방/자작시 2009.06.08
잡초 뽑기 잡초 뽑기 맑은바람 아이들 화단에 공기돌로 흩어져 잡초를 뽑고 있다 시멘트 벽 속에 갇혀 웃자란 아이들 잡초가 뭔지 알기나 하나 -선생님 잡초가 어떤 거예요? 흙내 두엄내 모르고 산 선생도 매한가지 -잔디가 아닌 건 다 잡초다! 강아지풀 하나를 힘주어 뽑는다 아이들 너도나도 강아지풀 잡아 쥐.. 글사랑방/자작시 2009.06.08
고향 고향 맑은비람 산이 무너지고 강이 막혀도 허위허위 고향 찾아가는 길 설레는 가슴 고속도로를 엉금엉금 기어서라도 골 깊은 웃음 가득 쏟아낼 어머니 그 허리 굽은 감나무 그리워 눈시울 붉어지는 고향 그 고향 금빛 들녘 향해 가는 마음 (2002. 9. 9) 글사랑방/자작시 2009.06.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