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이야기 376

퇴행성관절염 진료일에

몇 마디 말의 효과 나는 우리나라에서 제일 좋은병원의 인기있는(?)선생님의 환자가 되기로 했다. 벌써 십 년도 더 되는 어느날부터 오른쪽 무릎이 뜨끔거리고 아파서 정형외과를 들락거렸다. 물도 빼보고, 연골 주사도 몇 차례 맞아보고, 관절염에 좋다는 치료제도 이것저것 사먹어 보고, 정 힘들 땐 한동안 소염진통제도 복용하고, 아쿠아가 좋다고 해서 수영장에도 다녀보고-- 무릎 아픈 사람이 해 본 건 다 해봤다. 이제 여차직하면 마지막 수단으로 원치않는 인공관절수술까지 해야 할 것 같아서 집 가까운 유명병원에, 평판이 좋은 선생님 앞으로 등록을 해서 이번에 두 번째 검진을 받게 된 것이다. 번호표를 뽑고. 알림톡에서 바로 열 수 있는 진료카드도 열어 접수를 했다. 오늘 진료받을 수 있는 환자번호가 나왔다. B2..

사는 이야기 2022.06.07

젤렌스키

---그는 용기있는 지도자의 면모를 보여주기 시작했다. 그는 대부분 서방정치인이 잊고 살던 투쟁을 구현해 냈다. 일주일 전만해도 상상할 수 없는 방식으로 세계의 민주주의 국가들을 움직이게 하는 데 성공했다 특히 러시아의 진군에도 도망가지 않고 수도를 지킨 그의 행동에 "역사의 흐름을 바꾼 용기있는 행동"이라는 찬사를 보냈다. --"모두가 상황이 위태롭다는 사실을 안다. 자유란 조국 그 자체다. 그 사실을 알기에 우리는 역량에 부치더라도 죽을 힘을 다하고 있다."--안드리아 예르마크 대통령 비서실장의 말 이런 용기는 꾸며낼 수도 없고 긴급한 순간이 닥칠 때나 겨우 발현되는 것이라고 타임지는 말했다. 참호같은 곳에서 군용 티셔츠를 입고 집무에 임하는 젤렌스키는 하루 3시간 정도만 잔다고 밝혔다. --전쟁 중..

사는 이야기 2022.03.04

책의 운명

한 땀 한 땀 떠 가는 일이 바느질뿐이랴~ 한군데라도 바늘이 제자리를 채우지 못하면 옷이 일그러지듯, 한 글자라도 잘못 들어가면 문장이 흐트러지고 출판사의 이미지가 한방에 구겨진다. 이렇게 편집실의 匠人들의 솜씨를 거쳐 나온 책이 제대로 소비되지 않으면 한낱 폐지로 전락하는 건 순간의 일이다. 가만히 들여다보면 우리의 삶도 이와같지 않나 싶다. 공든 탑이 무너지랴 하지만 사실 무너지는 경우가 허다하다. 어렵사리 숱한 경쟁을 뚫고 베스트셀러 반열에 오르거나 스테디셀러가 되는 책들은 떼어놓은 당상이 된다. 돈이 따르고 명예도 주어진다. 영상 매체가 그들을 다루기 시작하면 대박나는 거지. 나는 언제부턴가 중고서적만 사들이기 시작했다. 새 책을 사는 경우도 있긴 한데 그런 경우는 중고책을 살 수 없을 경우나 선..

사는 이야기 2022.03.02

이어령선생님

우리시대 큰스승 이어령선생님이 우리 곁을 떠나셨다. 그런 분과 한시대를 살면서 종종 그분을 직접 뵙고 함께 호흡할 수 있다는 사실이 자랑스러웠는데~ 그분의 안사람 강인숙여사가 쓴 '어느 인문학자의 6.25'에서는 전쟁의 참상과 함께 이어령선생님과의 부산피난시절 얘기가 소상하게 펼쳐진다 백척간두의 국가 위기와 개인의 고난이 부산에서 막을 내리고 서울로 입성해서 동숭동 캠퍼스 시절을 구가하는 이야기는 ‘고생 끝에 낙을 누리는’ 자의 뿌듯하고 행복한 모습이라, 박목월의 시 '사월의 노래'라도 불러주고 싶은 심정이었다. 내가 본 ‘동숭동 시절의 꽃’은 뭐니뭐니해도 이어령과 강인숙의 연애사건(?)이다. 두 사람은 5년을 한결같이 하루도 빠지지 않고 일편단심으로 만났다고 하니 '로맨티스트 이어령'의 모습이 눈에 선..

사는 이야기 2022.03.02

우리동네 명물 2 굴뚝

주방 카페(나만의)에 앉아 차 한 잔 마시며 마당 쪽을 바라보면 이 풍경이 눈에 들어온다. 이곳에 20년째 뿌리를 내리고 있지만 저 굴뚝에서 연기가 피어오르는 걸 한 번도 본 적이 없다. 저 굴뚝의 키는 5m가 족히 넘고 나이는 70을 훌쩍 넘었을 거라 하니 내 친구뻘인 셈이다. 가끔 우리집 마당으로 양이밥을 먹으러 오는 비둘기들의 대기소가 되기도 하고, 비오는 날은 참새들의 비피난처가 되기도 하면서 늘 꿋꿋하게 서 있다.

사는 이야기 2022.01.16

'무첨가 두유'의 맛

우유가 해롭다고, 먹지 말라고 한다. 유튜브에서. 그럼 두유를 먹어볼까? 노인에게도 단백질은 필수니까~ 유튜브에서 상큼한 인상의 한의사가 를 자세히 설명한다. 안 달고 영양가 높은 걸 찾는데 어쩐지 이 두유가 답인 것 같다. 덜컥 190ml짜리 48개가 들어있는 상품을 주문했다.(1개 581원) 택배가 오자마자 반기며 끌러 보았다. 할배 하나, 나 하나 마셨다. 기분좋은 기대감과 함께~ 한 모금 넘기며, '아, 이게 뭐야! ! 맹탕이잖아' 실망과 배신감이 차올랐다. 48개나 되는 걸 언제 다 먹지? 고형분10%(수입산)를 입안에서 찾아 보았다. 약간의 고소함이 스치고 지나갔다. 마침 옆집에서 갖다 준 콩(친정어머니가 농사 지으신 거라 한다)이 있길래 하룻밤 불렸다가 압력솥에 푹 익혔다. 몇 차례 먹을 만..

사는 이야기 2021.12.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