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녀이야기 97

2년 9개월 여아의 언어생활

2021년 9월 9일(목) 윤이의 하루 (둘째손녀 윤이는 이제 2년 9개월이 됐다. 제 언니에 비해 말이 더디다고 걱정을 했는데 요새 가까이 데리고 살피니 큰 문제는 없는 것 같다. 오히려 제 언니는 언어구사력이 너무 좋아 가끔 상대방의 비위도 상하게 하고 바른말을 해서 사람을 당혹스럽게도 한다. 의사소통만 되면 천천히 가도 좋다). 6시 40분 기상 우윳병을 들고 안방으로 들어온다 할미 침대 위로 올라와 자리잡는다 '에고, 좀더 자지.' "할미, 틀어줘." 유튜브에서 '공룡장난감'을 검색한다. 제 단골 메뉴를 가리키며 "이거 틀어줘" 한다. 공룡이 힘들게 알을 낳는 프로- 땀을 뚝뚝 흘리며 알을 낳는 광경을 꼼짝달싹 않고 본다. 아기 스테고사우르스, 트리케라톱스---곧잘 비슷한 발음을 낸다. 좀 보다가..

손녀이야기 2021.09.21

손녀의 반격

마당의 인공 풀장에서 놀던 손녀가 물이 뚝뚝 떨어지는 수영복을 입은 채로 침구가 깔린 방으로 들어와 왔다갔다 한다. 주방에서 이 광경을 본 할머니가 언성을 높인다. "아니, 물이 뚝뚝 떨어지는 채로 방으로 들어가면 어떻게~! 할미더러 수건을 달래야지." "내가 생각이 안 나서 그랬는데 할미는 왜 화를 내? 할머니는 화쟁이야" 순간 머쓱해진 할머니는 바로 항복한다. "그래, 미안하다.수건 여기 있다. 그리구 제발 벗어놓은 옷 질겅질겅 밟고 다니지좀 마!" "할미! 거지처럼 '제발'이란 말 쓰지말고 '부탁해,예주야' 이렇게 말해. 에공, 할머니는 그만 손녀의 반격에 나가떨어지고 말았다.

손녀이야기 2021.08.10

할머니와 함께하는 책읽기

2020.12.30시작 하루 두 권씩을 목표로 했지만 손녀도 바쁘다. 유치원 가서 2시까지 놀고 공부해야지, 태권도 가야지, 발레가야지, 동생하고 놀아주어야지~~ 그래서 요즘엔 하루 한 권도 잘 못 읽는다. 제가 맘 내켜서 책들고 할미한테 오면 그때 같이 읽는다. 손녀는 그냥 읽기 밋밋하면, 글에 리듬을 실어 랩음악처럼, 판소리처럼, 오페라처럼 흥을 살려 읽는다. 아가야, 아무려나. 네 맘 내키는 대로 많이 읽기나 하렴. --읽은 책 목차-- 1브레멘동물음악대/그림동화 2올리버 트위스트/찰스 디킨스 3방귀시합 4신드바드의 모험 이라크설화 5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생일/키즈하우스 2021.1.2 6 그까짓 주사따위 강은경 7도둑맞은 도둑 8오줌싸개 9엄마는 동생만 예뻐해/황혜경 10같이 놀래/강민우 11쌍코..

손녀이야기 2021.06.11

2년 5개월 아이의 언어

별나라에서 온 지 2년 5개월 된 손녀, 종일 놀아도 반도 못 알아듣는 별나라말 그러나 알아듣기 쉬운 말 세 가지-- 땡볕 아래 놀다가 할미가 파라솔을 펴주면 고마워~ 컵에 얼음 물을 타다 주면 고마워~ 바지의 실밥이 너덜거릴 때 가위로 싹둑 잘라주면 고마워~ 이마로 흘러내린 머리를 묶어주었더니 할미, 고마워~ 나뭇가지에 걸린 잠자리채를 빼주었더니 할미 고마워~ 발꿈치를 들어도 닿지 않는 책을 꺼내주었더니 고마워~ 냄비뚜껑을 갖고놀다 떨어트려 큰소리가 나면 미안해~ 마루를 뛰어가다 넘어져 할미눈이 동그래지면 미안해~ 현관 밖 고양이 밥 주고 들어서면 어여와~ 마당에서 잡초 뽑고 들어오면 어여와~ 종일 볼일 보고 한참 만에 들어오면 어서와~ 날쌘 제비처럼 날아와 품에 안긴다 고마워~ 미안해~ 어여와~

손녀이야기 2021.06.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