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영화 ·강연 이야기/책 429

19. 아Q정전 루쉰

아Q정전 루쉰 2009.1.13 루쉰(1881~1936) 결핵으로 사망, 상하이 만국 공원에 묻힘 ***루쉰의 말 “나의 꿈은 꽤나 거창했다. 졸업을 하면(당시 일본에서 의학 공부를 하고 있었음) 고국에 돌아가 아버지(유명한 의사에게 치료를 받았으나 결국 재산을 탕진하고 돌아가심)처럼 속고 있는 환자들을 치료해 줄 것이며 전쟁이 나면 군의관으로 종군할 것이고 또 한편으로는 국민들에게 유신에 대한 신념을 북돋워 주겠노라고 마음먹었다.” 후에 그는 중국인이 공개 처형 되는 한 영화의 충격으로 진로를 바꿔 문예 진흥 운동에 앞장서게 된다. 그 계기가 된 것은, 당시 중국 문화운동을 주도했던 잡지 의 편집위원인 친구의 독려로 처녀작 를 발표하면서부터다. 후에 루쉰은 계속 에 소설을 게재하게 된다. 루쉰은 自序(..

18. 조선 지식인의 아름다운 문장/ 고전연구회 사암 한 정주 엄 윤숙

‘좋은 수필’을 만나려거든 정약용, 박지원, 이덕무 등의 조선 지식인의 글들을 보라 고 말하고 싶다. 물론 그들이 기록한 한문으로 읽을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지만 한글 번역문에서도 그들의 생각과 기분을 알 수 있다. 같은 민족이면서도 언어가 달라 온전히 그들의 글의 향기를 느낄 수 없음이 아쉽기는 하지만. 48편의 짤막한 단상들로 엮어진 이 책엔, 사물을 관조하여 인생의 진리를 터득하는 조선지식인의 ‘고상한 품격’과 ‘우아한 정취’가 담겨 있다. 한때 조선의 이름난 정치가들로 명성을 날린 사람들이지만 일에 대한 보람과 기쁨 등을 언급한 글은 보이지 않는다. 귀양살이 할 때, 산중에 홀로 머물 때 꽃(매화, 국화, 연꽃-)과 나무(대나무, 밤나무, 소나무, 잣나무-)와 풀(난초)과 곤충(왕거미, 벼룩)과..

17. 그림 읽어 주는 여자- 한 젬마

2000년에 사 놓고 이제 다시 만져본 책. 언제 한 번 끝까지 다 읽었는지 여기저기 줄친 흔적이 있건만 다시 보니 생소하다. 그래서 노인들은 한 얘기 또 하고 또 하고 하나 보다. 표지 사진이 도발적이다. 뭔가 한 건 해 낼 것 같은 여자의 표정이다. 작가는 70여 편의 동서양 그림을 보여주면서 잔잔한 수다를 늘어놓고 있다. 그냥 옆에서 두런두런 혼잣말처럼 하는 얘기를 청자는 듣는 둥 마는 둥 하는 데도 뭔가 귀에 들어와 그림 보기가 수월해지게 하는 재주가 그녀에게 있다. 마음에 와 닿은 그림은-- * 김춘자의 -화관을 쓰고 있는 여인의 입에서 꽃향기가 나온다. (새로운 출발을 앞둔 사람에게 선물 하고픈 그림/작가의 생각) * 조순호의 -내가 간절히 기도할 때의 모습과 같다. (사람을 차분하게 승화 시..

16. 미술관에서 오페라를 만나다 -조윤선

미술관에서 오페라를 만나다 -조윤선 **글쓴이의 학벌과 경력이 화려하다. 그 화려한 이력만으로도 책은 어느 정도 팔리겠다. 제자로부터 선물 받은 책이지만 나 같은 속물들은 작가의 학력과 경력만 보고도 일단 신뢰한다. 그런 학벌과 경력의 소유자가 자신의 명예를 걸고 책을 냈을 테니까? 음악은 물론 문학, 연극, 미술, 언어, 신화, 종교, 서사에 대한 저자의 박식과 그것을 하나로 꿰뚫고 있는 문장의 내공에 놀라움을 금할 수 없다. 프랑스와즈 사강이나 전혜린 류의 서늘한 천재성과 예술적 아우라를 뿜어내고 있다. 근대유럽의 지성사에서나 봄직한 이 카리스마 넘치는 복합재능의 소유자는 우리 예술계에 내린 소낙비 같은 축복이 아닐 수 없다. -서울대 교수이자 화가인 김 병총의 서평 원래 서평이 대부분 과찬 일색이지..

15. 징비록 -임진왜란 치욕사

징비록 유성룡(1542~1607) 65세 歿 임진왜란(1592. 4. 13~1598. 2. 17) 때 도체찰사 ‘懲(징)毖(비)錄(록)’의 뜻: ‘징계해서 후환을 경계한다.’는 뜻으로, 자신이 겪은 환란을 교훈으로 삼아 후일 닥쳐올지도 모를 우환을 경계토록 하기 위해 쓴 글이다. 이 책은 우리 조상들의 치욕사이다. 정확히 말하면 왕을 비롯한 당시 정권을 쥔 책임자들, 고위관리들의 치욕스런 모습들이 각양각색으로 드러난 이야기다. 100년간의 태평성대를 구가하면서 외세의 침략에 대한 대비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다가 문신 우대 무신 박대하는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 군사력을 키우지 않은 것이 倭에게 침략의 빌미를 제공했다. 게다가 일본에 사신으로 다녀온 사람들끼리 의견이 엇갈리고 미래에 대한 대비를 안일하..

14. 조선의 뒷골목 풍경 강 명관 지음

조선의 뒷골목 풍경 강 명관 지음 2008. 12. 2 화 강 명관-50세, 부산대 한문학 교수 처음 듣는 이름이지만 머리말 몇 줄을 읽으니 호감이 가고 글쓴이의 역사에 대한 생각이 맘에 든다. 왕조실록을 얼마나 많이 읽었으면 이렇게 주제별로 글 쓸 생각을 했을까? 기록에 근거해 작가가 통찰해 낸 역사, 사회, 문화 인식에 공감한다. 그럴 듯한 正史(정사) 뒤에 가려져 역사 속에서 잊혀진 대다수의 보통사람들- 상놈, 여성 등 소위 민초들의 삶을 복원하고 싶다는 욕망이 이 글을 쓰게 했다고 -- 글을 읽어나가면서 강명관이란 사람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진짜 프로다. 각 분야에 얼마나 세세하게 전문적 지식을 동원해서 설명하는지 감탄이 절로 난다. 재미있게 그러면서 뜻있게 읽었다. 다시 새겨보고 싶은 이름과..

13. 눈물이 나면 기차를 타라 정호승

눈물이 나면 기차를 타라 /정호승 2008. 12. 1 월 6000원짜리 기차표를 끊었다 싱겁다 뻔하다 슬슬 후회가 밀려온다 그 돈이면 동태찌개가 한 그릇인데 갓난애 머리통 만한 사과가 5개, 이태리 요리사가 만든 샌드위치에 커피가 무한정 리필 되는 레스토랑에 앉아 음악을 들을 수도 있는데 시집은 살게 아녀! 남들 입에 오르내리는 명시 몇 편이면 돼 공연히 속은 느낌이 자꾸 들거든 ***좋은 시 두 편*** (12쪽) 햇살에게 이른 아침에 먼지를 볼 수 있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제는 내가 먼지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래도 먼지가 된 나를 하루 종일 찬란하게 비춰주셔서 감사합니다 (47쪽) 선암사 눈물이 나면 기차를 타고 선암사로 가라 선암사 해우소로 가서 실컷 울어라 해우소에 쭈그..

12. 월든(Walden Pond)- 헨리 데이빗 소로우

월든(Walden Pond) 헨리 데이빗 소로우(1817~1862) /강승영 옮김 2008. 11. 24 월 미 동북부 마샤츄세츠 주 콩코드 부근의 호수- 1845-1847 2년간 소로우가 통나무집을 짓고 홀로 살았던 곳. 자연과 완전히 하나가 되어 고독을 모르며 오히려 풍진 세상 사람들을 멀리한 그곳에서의 삶과 사색을 기록한 것이 월든-이 책 한 권으로 소로우는 불후의 명성을 얻음. 간디와 로버트 프로스트가 감동한 책. 그는 에머슨, 너대니얼 호손, 월트 휘트먼, 링컨과 동시대인이기도 하다. 45세로 짧은 생을 마감했으나 그의 임종을 지켜본 지인은 “그처럼 행복한 죽음을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486쪽에 걸친 이 책에는 사람은 거의 등장하지 않는다. 숲과 나무와 물고기와 짐승들-이를테면 사향쥐, ..

11. 나는 내 것이 아름답다/최순우

나는 내 것이 아름답다 2008.10.16 안개 그리고 꾸물꾸물한 날씨 -최순우의 한국미 사랑 마침 요새 간송미술관에서 ‘보화각 설립 70주년 조선 서화전’을 한다는데 이 책을 읽고 가서 보는 그림 맛이 조금은 다르리라 기대된다. 참 좋은 책이다. 글의 흐름이 좋고 몰랐던 것들(옛 그림과 도자기와 조선의 여인들)을 일러주어서 좋고 깨달음을 주어서 좋다. 혜곡 최순우 선생(1916~1984)은 ‘자연과 조형의 아름다움을 바라보고 그것을 느끼는 즐거움의 소중함’을 말했다. 그 아름다움을 맛 볼 줄 아는 게 ‘세상사는 맛’이라 했다. 혜곡 선생은 북악과 삼각산이 좋아서, 시청에서 바라본 광화문과 경복궁이 좋아서 오래오래 서울에 살고 싶다고 했다. 아쉽게도 70을 넘기지 못하고 가셨지만-- 그의 집이 지척에 있..

10.'조화로운 삶'-헬렌 니어링, 스코트 니어링 씀

이 책은, 머잖아 시골로 가 생활할 생각을 품고 있는 내게 매우 시의적절한 책이다. 늘 접해 보고 싶은 책이었기에 무척 흥미를 갖고 페이지를 넘겼다. 주인공들의 생존 연대를 보니 이미 고전이 되어 가고 있는 책이었다. 류시화의 번역이 매우 자연스럽고 좋다. 헬렌과 스코트는 표지 사진에서도 짐작할 수 있지만 21년의 나이 차가 나는 부부였지만 정신의 동지로 46년을, 자연으로 돌아가 흙에서 모든 걸 구하고 자연과 더불어 숨 쉬었던 온전한 자연인이었다. 그들은 젊은 날 미국의 대공황기에 뉴욕을 떠나(1932년) 뉴잉글랜드 버몬트 골짜기로 들어간다. 새로운 삶을 위한 ‘모험’을 시작한 거다. 오직 ‘조화로운 삶’을 위하여- 니어링 부부는 조화로운 삶의 정의를 이렇게 내렸다. ‘이론과 실천이, 생각과 행동이 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