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영화 ·강연 이야기/책 495

95<설날 종무에게>두보시선 중에서

미국 사는 친구가 두보의 시 한 편을 카페에 띄우고  그 번역문을 읽고 싶다고 했다.그 글을 읽으면서 어쩐지‘아, 이건 내가 풀어야 할 숙제네--’하는 생각이 들었다.책꽂이에서 이백과 두보를 다룬 책제목을 찾아보았다. 아무리 찾아도 보이지 않는다.봄에 아래층으로 이사(?)올 때 먼지 쌓이고 곰팡내 나는 책들을 한 무더기 버렸는데 그 속에 들었나 보다.  혹, 다방면에 호기심이 많은 친구가 답을 해 줄 수도 있겠거니 했는데 그 친구도 여기저기 인터넷 검색을 해보다가 답을 얻지 못했으리라.요즘 공연히 분주해서 책을 사봤자 한가로이 펼칠 겨를이 없을 것 같아, 서점에 가서 카피나 해야지 하고 광교 영풍문고로 갔다. 唐詩 작품이 많기는 해도 ‘설날 종무에게’는 없다.다시 광화문 교보문고로 가 보았다.그 산더미같..

94 <사라진 몽유도원도를 찾아서> 김경임

사라진 몽유도원도를 찾아서> 김경임-안평대군의 이상향, 그 탄생과 유랑     416쪽에 달하는 두툼한 책이건만 박학다식한 저자의 안목과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필력이 독자의 눈길을 잡아둔다.작가가 조명하려 했던 건 몽유도원도>에 담긴 안평대군의 꿈과 삶이었다.  안평대군은 누구인가?세종의 셋째아들로 詩書畵에 능해 일찍이 주위의 칭송이 자자했고 古書畵의 수집가이며 藏書家로 학문과 예술에 남다른 열정을 보였다.특히 조선 최고의 명필로 일컬어지는 안평대군은 강렬한 정신, 빼어난 기상, 담박하고 선하며 藝를 즐기는 진실하고 고상한 인물이었다.아들의 학문과 인품을 사랑한 세종은 그의 당호를 匪懈堂>이라 지어 하사했다.‘게으름 없이’라는 뜻의 ‘비해’는, 훌륭한 인물이 될 것을 기대하면서도 경계한 세종의 마음이었다...

93 <수필춘추>축 등단-다혜 최부자

계간지 수필춘추>를 받았다. 늘 오는 잡지가 아니라 이번 호(2013년 가을호)에는 혹시 내가 알 만한 사람의 글이 실렸나 하고 목차를 자세히 보니, 반가운 이름 석 자가 눈에 들어온다. 추천작에 ‘최부자’의 글이 실렸다.  부자가 마침내 ‘수필가’로 등단한 것이다.                                                                                      맨 오른쪽이  최부자  (등단 글)추모사 1, 2다혜 최부자  1.아버님의 노래저문 들녘에 서걱대는 수수깡처럼 아버지의 여윈 모습을 볼 때면 마음이 서글퍼집니다.농촌에서 사시면서 어렵고 힘든 시절을 겪어오셨으나 슬하에 10남매를 두고 다복한 가정을 이루어오셨습니다.젊은 시절, 교회에 다니시며..

92 <마지막 편지> 구본형

마지막 편지/구본형-어제보다 아름다운 오늘을 살고 싶은 그대에게 동생으로부터 여러 차례 들어 그 이름이 익숙한 사람의 訃告를 보았다. ‘벌써 죽을 나이는 아닌데--’하면서 피식 웃었다. ‘죽을 나이가 따로 있나?’그는 어떤 사람이었을까? 어떻게, 자신을 비롯해 남의 삶까지도 바꿔주고 싶어 애썼을까?그래서 선택한 책이다. 그의 딸이 아버지가 쓰신 편지묶음에서 골라 엮은 한 권의 책-역시 그 아버지의 그 딸들이다. 아버지를 추모하는 뜻이 이보다 더 좋은 게 어디 있을까? 구본형 그는 누구인가?(1954-2013.4.13.) 59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난 남자.충남 공주 출생, 서강대 사학과, 서강대 경영학과 졸업IBM에서 20년간 경영혁신기획 실행.2002년 구본형변화경영연구소>설립,삶을 개척하려는 이들에게 ..

91 <세월의 강 수묵의 뜨락에서> 송수남

“내 장례식엔 모두가 화사한 복장으로 꽃을 들고, 생전의 좋은 추억을 떠올리며 참석했으면 좋겠다.”그분 희망대로 장례식장엔 국화 대신 알록달록한 꽃으로 덮였다 한다.소풍 잘 끝내고 돌아간다는 천상병 시인처럼, 남천 송수남 화백도 죽음을 축제분위기로 만드신 분이다,  인연이란 묘한 거다.그분 살아생전에 전시회 한번 가본 적이 없었으나 신문 한 귀퉁이에 訃音과 함께 실린 그분에 관한 기사를 읽으면서 아쉬움과 함께 책이라도 사보아야겠다고 생각했다. 두 권을 주문했으나 한 권만 먼저 왔다.200페이지 가까이 되는 분량을 강냉이 한 그릇 먹는 동안 다 보았다.        너와 내 생각이 다르기에 이 세상이 재미있고 너의 생과 내 생이 다르기에 이 세상이 풍요롭지 않더냐같음을 뽐내지 말고 다름을 미워하지 말 일이..

90 <50일간의 유럽미술관 체험(2)> 이주헌

50일간의 유럽미술관 체험(2)   -이주헌의 행복한 그림 읽기   학고재의 책은 기분이 좋다. 묵직한 중량감이 전해오면서 화집을 대하는 느낌이다.미술평론가 이주헌을 처음 대하지만 아내와 어린 두 아들을 데리고 53일 유럽 여정에 오른 그 ‘가족 사랑’에 먼저 호감이 간다.  좋은 글은 줄치고 싶은 데가 많은 법이라는데 그림에 문외한이라서 그렇기도 하지만 다 읽고 나니 맨 밑줄 투성이다. 영양분 많은 좋은 음식을 맛본 것 같다.  물론 미술평론가의 작품 해설이, 직관에 의해 그림 감상하는 이들에게는 방해가 될지도 모르지만 그림에 까막눈인 사람에게는 더할 수 없이 좋은 안내가 된다. 특히 스페인 여행을 앞두고 바르셀로나의 피카소 미술관, 미로재단, 마드리드의 프라도미술관 안내는 좋은 정보가 되어 여행..

89 <메소포타미아(Cradle of civilization)> 새무얼 노아 크레이머

메소포타미아(Cradle of civilization)/새무얼 노아 크레이머-라이프 인간 세계사(Great ages of man)  ‘地上에 새로운 것은 없다.’부분적으로 크게 공감한다.  메소포타미아는 그리스어로 ‘강 사이의 땅’이란 뜻. BC 4세기에 알렉산더대왕 이래로 유럽 사람들이 指稱하게 된 말이다.기원전 3000년에 이룩한 수메르, 바빌로니아, 앗시리아의 문명 이야기를 읽다보면 세계사에 無知했기 때문에 현대를 사는 인간만이 참 똑똑한 줄 알았던 생각에서 벗어나게 된다.      흩어져서 제각기 따로 살던 유목민들이 어떤 계기에 의해 한군데에 정착하여 농경문화를 일으킨 뒤부터는 인구가 급작스레 늘어나고 물질적으로 풍요로워지니까 통제수단이 필요하게 된 거다. 그래서 영리한 인간들은 통제수단으로, ..

88<의사는 수술 받지 않는다> 김현정

의사는 수술 받지 않는다> 글/그림 김현정-원제:0차 의료해법과 의료 미니멀리즘   이 책의 주제는 책제목에서 이미 언급하고 있다.될 수 있는 대로, “약 먹지 말고 검사 받지 말고 수술이 만능이라는 사고를 버려라.“  대부분의 사람들이 마음에 들어 하는 말이다. 예외가 있다면,‘돈 얼마든지 줄 테니까 씻은 듯이 낫게 해봐라’ 하는 황금만능주의자나, 어디가 조금만 이상해도 죽을병 걸린 줄 알고 병원으로 튀어가는 건강 염려증 환자 빼고는--  다른 건 할인되는 것도 많고 이쪽에서 깎아 달라하기도 하지만 병원비, 약값은 깎을 수도 없다. 생활이 빠듯한 사람들은 병나는 게 포도청보다 무섭다.그래서 이 책은 일단 마음을 편안하게 해준다.  그렇지만 어느 선에서 약을 쓰지 않아도 되는지, 검사를 미루어도 되는지,..

87<빠빠라기> 투이아비 원작

투이아비 원작/에리히 쇼이어만 독어로 번역/유혜자 옮김 -남태평양 티아비아 섬, 투이아비 추장의 연설문  1920년에 독일어 번역판이 나오고 우리나라에서는 2000년 1월에 출간됐다.스테디 셀러인 이 책을 운좋게도 ‘알라딘’에서 단돈 2900원에 샀다.  전에 한번 읽은 적이 있는 책이지만 가끔 원주민들의 ‘외침소리’가 듣고 싶어 다시 구했다.  ‘빠빠라기’는 ‘하늘을 찢고 내려온 사람’이라는 뜻으로 원주민들이, 바다 저편에서 돛단배를 타고 나타난 선교사들을 가리켰던 말이다.여기서는 유럽사람 즉 흰둥이들을 통칭하는 말이다.  이 책은, 투이아비 추장이 문화사찰단으로 유럽을 방문하고 돌아와, 자기 부족들(폴리네시아 원주민)에게 서양 문물에 현혹되지 말라는 연설을 한 것을 정리한 것이다.  아메리카의 인디언..

86<一日一食> 나구모 요시노리 지음

- 내 몸을 살리는 52일 공복 프로젝트  주위 사람들에게 “하루 한 끼만 먹고 살면 어떨까?”라는 질문을 던져보았다. 대부분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무슨 소리야, 다 먹자고 사는 건데~-암 환자들 대부분이 암으로 죽는 게 아니라, 영양실조로 죽었다는 소리 못 들었어?-두 끼는 몰라도 한 끼 먹고 어떻게 살아?-나는 배고프면 덜덜 떨리고 기운을 못 차려서 안 돼.  나도 위에서 말한 한 가지에 속한다.아주 오래 전 김**가 산악회 회장으로 있을 때, 밥 먹을 시간도 안 주고 山行을 계속하는 바람에 화딱지가 나서 쏘아부쳤던 기억이 새롭다.또 소백산으로 놀러갔을 때 잠깐이면 정상까지 갔다 올 수 있다는 이 아무개의 말에 속아서(?) 물병 하나 안 들고 산에 올랐다가 배고프고 목말라서 죽을 뻔(?)했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