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언제 왔니? 햇살이 제법 따뜻해 뜰에 나가 겨우내 쌓였던 거름더미를 걷어내서 쌀 포대에 담았다. 금강이똥과 낙엽더미와 음식물들로 어지럽던 뜰을 깨끗이 치우고 나니 5포대나 되었다. 여름내 EM을 뿌려주고 지렁이 식구들이 그것들을 먹어치우면 내년에는 천연퇴비 몇 삽쯤 나오겠지? 한.. 풀꽃나무 이야기/봄 2011.03.24
설날 아침에 설날 아침에 누군가의 기억 속에 떠오르는 한 사람이게 하소서 한 사람이게 하소서 내일이 입춘, 잔설 얼음 속에서 낙엽 이불 덮은 개똥더미 속에서도 파릇이 올라오는 봄풀이게 허소서. 입춘을 하루 앞둔 설날 아침 낙엽더미를 헤치니 얼음과 거름 속에서도 봄은 어김없이 오는가 풀꽃나무 이야기/겨울 2011.02.03
분꽃과 맨드라미 뜰에 심어 놓고 가까이 지내고 싶은 꽃들이 있다. 어릴 적 시골집에 놀러 갔을 때, 싸리 울타리 아래에서, 우물곁에서 혹은 장독대 근처에서 만나 알게 된 꽃들- 오랜 세월이 흘렀어도 선명하게 떠오르는 봉숭아, 채송화, 족두리풀, 맨드라미, 분꽃, 과꽃, 백일홍, 나리꽃, 나팔꽃-- 기회 닿을 때마다 사.. 풀꽃나무 이야기/가을 2010.09.09
백일홍과 목백일홍 이 둘은 여름 꽃으로 꽃이 귀한 여름에 우리 시선을 끈다. 그러면서 이 둘은 국적이 전혀 다른데 가끔 혼동하는 이들이 있다. <백일홍>은 일년생 풀이고, <목백일홍>은 다년생 나무인데 <배롱나무>라고도 한다. 백일홍은 요새는 보기 드문 꽃이 되어 버렸다. 도시에서는 서양 꽃들에 밀려 .. 풀꽃나무 이야기/가을 2010.09.05
봄꽃들의 축제 3월 들어 세 차례나 폭설이 내리고 겨우 봉오리를 맺은 꽃들을 동사시키며 꽃샘추위가 유난하더니 봄은 왔으되 진짜 봄은 아직 내게 오지 않았다. 며칠 전 화단에 낙엽진 활엽수들을 걷어내려고 창문 아래를 보니 오종종하게 제비꽃들이 장작더미 곁에 나 앉아 있다. 아직 추위를 두려워 하고 있는 듯.. 풀꽃나무 이야기/봄 2010.04.02
칠월의 축복 드디어 세상 속으로 아들이 방으로 들어오더니 싱긋 웃는다. “됐어?” “네~” “아이고, 축하한다 ~, 고생했다.” “고생은 이제부턴걸요.” 오랜, 꽤 오랜 칩거 생활(?)을 끝내고 이제 세상 속으로 들어가게 되나보다. 나는 덩실 춤을 췄다. 그리고 작은애한테 문자를 보냈다. “엉아가 .. 풀꽃나무 이야기/여름 2009.07.20
앵두의 계절 우리 동네 골목 이름이 <앵두나무길>이다. 그런데 처음 이사 와서 이집저집 기웃거려봐도 앵두나무가 보이질 않는다. 수십 년 전에는 필경 이 동네에 앵두나무가 많이 있었을 텐데-- 종로 5가 나무시장에서 어린 앵두나무 하나를 가져다 심었다. 이제 10년 가까이 되니 가지가 제법 굵어지고 올해는.. 풀꽃나무 이야기/봄 2009.06.12
유월의 뜰 잔디밭에서 골프를 칠 것도 아닐 테고 왜 그리 잔디를 고집하는지? <타샤의 정원>처럼 야생화를 키우지 그래. 한번 뿌리를 내리는 곳에서 해마다 저절로 자라고 꽃피고 열매 맺어 혼자 흙속에 씨를 품고는 겨우내 땅속에서 실컷 자다가 봄이오면 또 저혼자 땅틈으로 살그머니 올라오는 풀꽃들- 하.. 풀꽃나무 이야기/여름 2009.05.11
하얀 모란이 피기까지는 이사 온 지 두 해째 되는 해다. 대문 쪽 수수꽃다리(라일락) 아래 볼품없이 피어 있는 풀나무의 정체가 뭔지 궁금했다. 꽃도 피우지 않고 잎도 별로 볼품없이 ‘나도 나무’정도로만 존재하고 있었다. “여보, 이 나무 내년에도 이러구 있으면 잘라 버립시다. 뭔 나문지도 모르겠고--” 말귀를 알아들은.. 풀꽃나무 이야기/봄 2009.05.08
금낭화와 수수꽃다리와--(4월의 뜰) <금낭화> 작년에 어린 것 하나 데려다 2층 계단 입구에 길렀는데 이내 비실비실하다 가더니 올봄에는 싹이 나오는 것부터가 예사롭잖다 했는데 어느새 빨간 복주머니를 조롱조롱 달고 있네요. 터 닦느라 한해 동안 고생했다. 고 작은 주머니 가득가득 우리들 소망과 사랑으로 채워 다오 <영산홍&.. 풀꽃나무 이야기/봄 2009.04.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