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여행/은퇴자마을 강원도 양구 두 달살이 84

양구읍내 나들이--양구살이22일째

3월31일 (목) 흐린 후 갬 7도/-3도, 양구확진자 208명 --양구서점 --미용실 오전 산책 후 양구읍내로 갔다. 더부룩하게 자란 머리를 손질하러- 예약을 안 하고 갔더니 점심 먹고 오란다. 인근 백암순대국집에서 식사를 하고 '양구의 명동'을 걷다가 '양구서점'의 문을 밀었다. 지난번에도 불을 켜놓은 채 주인이 외출을 했었는데 이번에도 역시 문이 잠겨 있었다. 오기가 나서 주인이 올 때까지 기다리다가 안으로 들어갔다. 매장이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크고 책이 엄청 많았다. 이번 여행에 책 한 권 안 가져왔어도 크게 아쉬움 모르고 지냈지만 일부러 주인을 불러놓고 빈손으로 나올 수는 없잖은가 김훈의 기행수필을 한 권 샀다. 약속시간이 되어 바로 길 건너 미용실로 들어갔다. 이발소 갔던 대니가 쌈빡한 모습..

'청춘 양구'--양구살이 스무하루

2022년 3월 30일 (수)오후에 비, 12도/2도, 양구확진자 176명 --사과농장 방문/'청춘 양구' --바랑길 걷기 /양구 농가 양구특산물 사과가 이제 저장 사과마저 끝물이라 선물용으로 적당치 않아, 사과주스가 맛있다는 '이삭사과농장'을 찾아갔다. 아이들에게 보낼 사과주스를 부탁하고 차와 주스와 사과 대접까지 받으며 담소를 나누었다. 우리 못지않게 여행마니아 부부의 얘기는 끝이 없었다. 놀라운 건 40중반으로 보이는 여주인이, 실제 나이가 60이 넘었단다. 어제 우리 사무장의 나이를 확인하고는(노처녀인 줄 알았는데 스무살 넘은 아들이 있단다.) 놀라서 입을 다물지 못했었는데-- '청춘양구'라는 말을 실감하겠다. 물 좋고 공기 좋은 데다가 사과를 많이 먹어서 그런가? '사과미인'이라는 말이 빈말이 ..

힐링하우스에서--양구살이 스무날

2022년 3월 29일 (화) --사과쨈/사과피자 만들기 체험(힐링하우스) --쓰담쓰담 2회 --지역인과 공동체마을 사람들과의 만남 따콩따콩 따콩따콩- 멀지 않은 곳의 사격장 포소리가 귀를 때린다. 바랑리 위쪽이라 그리로 산책을 가면 안 된다는 안내방송과 함께 주민들이 주의를 준다. 더러 밭에 포탄이 떨어지는 경우도 있고, 결혼을 앞둔 남자가 애인에게 선물할 반지를 만들려고 탄피를 줍다가 지뢰를 밟고 죽었다는 얘기-- 휴전국가의 애닯은 사연들이다. 10시, 읍내의 '힐링하우스'로 갔다. 사과쨈과 사과피자 만들기 체험하러. 체험장 실내를 얼마나 예쁘게 꾸며놨는지 감탄사가 절로 터졌다. 과정이 둘다 어렵지는 않았고 공동체마을 식구들과 함께하는 즐거움이 쏠쏠했다. 오후4시 어제에 이어 쓰담쓰담 활동--지게마을..

쓰담쓰담--양구살이 열아흐레

3월28일 월, 구름 한 점 없는 하늘 -팔랑리 산책 -쓰담쓰담 -두타연 관람 신청 성안드레아스성당 옆으로 난 길을 걸으며 2년 전에 코로나의 영향으로 문을 닫았다는 성당문이 다시 열리기를 고대한다. 이곳저곳 걸어보니 더 좋은 길과 그렇지 않은 길이 비교된다. 다리가 불편한 내겐 오르내리막이 적고 포장이 되어 있지 않은 흙길이 좋다. 물론 옆으로 물이 흐르는 계곡이 있고 숲이 우거져 있으면 금상첨화다. 오늘은 공동체의 봉사활동이 있다. 지게마을 사무장이 나와 활동을 안내한다. 소위 말하는 '쓰담쓰담' 사전의 의미와는 상관 없이 '쓸어담고 또 쓸어담는다'는 의미로 만들어낸 말이 아닐까? 여기저기 주워담을 쓰레기를 찾다보니 한 시간이 금세 지나갔다. 함께 일하는 즐거움을 맛보았다. '두타연'이 개방됐다는 소..

바랑길 산책--양구살이 열여드레

3월27일 (일) 햇빛은 쨍쨍 10도/-5도, 양구확진자 100명 숙소가 동향이라 맑은 날은 아침햇살이 거실 깊숙이 파고든다. 더이상 누워서 뒤척거릴 수가 없다. 동향집에 사는 이들은 절로 부지런해질 수밖에 없겠다. 아이들 큰삼촌이 고비를 넘기고 일반병실로 옮겼다는 소식, 우리 큰손녀가 코로나 양성 판정을 받고 20시간씩 자고 나더니 잘 논다는 소식을 들으니 맘이 한결 가볍다. 오늘은 대니가 새로 찾아낸 '바랑길'로 산책을 나갔다. 양구의 4월은 바람이 만만치 않다더니 오늘 그 실체를 들어낸다. 창문이 덜컹거리고 헤어캡조차 후욱 벗겨 땅바닥에 내동댕이친다. 스카프로 꽁꽁 묶어 고정시키고 장갑과 마스크도 챙겼다. 개짖는 소리를 다독여 가며 마을을 벗어나니 솔숲이 어우러진 오솔길이 나왔다.푹신한 솔잎을 밟으..

아로니아과수원길--양구살이 열이레

2022년 3월 26일 (토) 비 온 뒤 갬 --지팡이를 새로 준비 --아로니아 과수원길 --해삼라면 山野를 촉촉히 적시는 비가 반갑다. 오전 내내 비가 오더니 오후가 되면서 파란 하늘이 문득문득 보인다. 대니가 아침녘에 잘 다듬어 준 지팡이를 들고 집을 나섰다. 지난번 갔던 길을 다시 찾는다. 논밭에 일하는 사람은 눈에 띄지 않건만 어느새 비닐하우스가 새옷을 입고 밭갈이가 끝난 곳들이 눈에 들어온다. 해가 들락거리면서 산빛깔이 변하니 그렇게 장엄할 수가 없다. 엊그제 보았던 외양간 앞에 이르렀다. "얘들아, 잘있었어?" 말을 건네니 바닥에 앉아있던 소 두 마리가 벌떡 일어나 내게로 다가온다. 고개를 쑤욱 내미는 눔, 웃는 얼굴로 다가오는 눔, 흘깃 바라보기만 하는 눔--모두 관심을 보인다. 물어보고 싶..

파로호 꽃섬--양구살이 열엿새

2022년 3월 25일(금) 대체로 흐림 10도~16도, 9954보 걸음 --600원짜리 수면제 --파로호 꽃섬 --시래원 --국토정중앙지점 --해삼과 물미역 이곳은 깊은 산간마을이라 불을 끄면 깜깜절벽. 한치 앞이 안 보인다. 그래서 잘 때 조명등을 켤 수밖에 없다. 원래있던 조명은 형광램프 30와트짜린데 너무 환해서 자다가 자주 깬다. 종이포장지를 덧씌워보기도 했는데 별 도움이 안 된다. 어제는 대니가 필라멘트전구 10와트짜리를 사왔다. 바로 갈아 끼우고 켜봤다. 은은한 황색이 편안하다. 자다가 한번도 깨지 않았다. 진작에 갈아끼울걸, 아니 지금이라도 바꿔끼우길 잘했지. 단돈 600원밖에 안 되는걸~ 한국의 명소 25에 '양구 꽃섬'이 선정되었다. 꽃섬은 한반도섬과 함께 파로호 한쪽에 조성된 섬이다...

팔랑리 한바퀴 산책--양구살이 열닷새

3월 24일(목) 잔뜩 흐림(3도~7도), 코로나 사망자 470명(역대최다, 실제로는 두세 배일 가능성이 높음) --남자들 휴일 --동네 한바퀴(팔랑2리-팔랑1리) 3.4km, 9117보 걸음 역마살 낀 마눌님들을 둔 덕분에(?) 조이는 오는 날부터 어제까지 하루도 쉬지 못하고 운전대를 잡아야 했고, 아침잠이 많은 대니는 매일 마눌의 재촉에 쫓겨 일찍 집을 나서야 했다. 보름이 지나서야 두 사람에게 쉬는 날을 주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박물관 등이 쉬는 월요일과 주중의 하루는 당신들 뜻대로 하시라 했더니 충청도 남정네들 기쁜 기색도 없이 무덤덤하다. 지팡이를 만들어 짚고 나서는 제니를 보고 나도 대니한테 지팡이를 만들어 달래서 짚고 나섰다 비록 할머니들이지만 인적없는 낯선 동네를 돌아다니는 게 불안한지..

피의능선 전투전적비--양구살이 열나흘

3월23일(수) 눈이라도 내릴듯 꾸물꾸물한 날씨/ 청와대와 윤당선인의 氣象 같다 /오후엔 햇빛 반짝 --피의능선 전투 전적비 --cafe AIN53 --동네 (팔랑리) 한바퀴 바람이 찬 습기를 머금고 있어 걷기에 적당하지 않은 날이라, 차나 마시러 가자고 나선 길에 월운 저수지 쪽에 가 볼 데가 있다는 대니의 말에 따라 그리로 갔다. 인적없는 외딴 곳, 얕은 언덕 위에 검은 이끼가 낀 커다란 비가 보인다. 가파른 계단을 따라 오르니 '피의稜線戰鬪戰積碑'라는 비문이 눈에 들어온다. 비석 앞엔 누가 놓고간 꽃인지 노랗게 박제된 국화 다섯 송이가 놓여 있었다. 저절로 숙연해져 비석 아래 사연을 읽는다. --한국전쟁 최대의 격전지 피의 능선--1951년 8월18일부터 22일까지 5일 동안 한국군5사단 36연대가..

후곡약수터--양구살이 열사흘

3월22일 (화) 淸明함 10도~영하2도/ 양구군 확진자 232명/전국 누적확진자 1000만 명 넘음 --대니치과 --후곡약수터 아침 먹던 대니가 입안에서 뭘 뱉는다. 크라운 씌운 것이 빠진 것이다. 난처한 표정이 잠시 얼굴에 스치더니 양구읍내 치과로 나가봐야겠다고 한다. 화천 '산소100리길'에 가려던 계획을 바꾸어, 제니네 차를 타고 읍내 치과로 갔다. 생각보다 간단히 도로 제자리에 넣고 귀갓길에 '후곡약수터'로 갔다. 우물에 고인 약숫물을 마셔보았다. 톡 쏘는 쌉싸름한 맛--밥물로 쓰면 더 좋다고 해서 물 한 병을 받아놓았다. 잣나무가 주종을 이룬 잡목숲을 따라 걸었다. 솔잎이 두텁게 깔려 푹신하니 좋았다. 인근에 '약천사'라는 절이 있다고 해서 그곳까지 가려 했으나 아래쪽에서 올라오던 대니에게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