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영화 ·강연 이야기 669

78 <밥벌이의 지겨움> 김훈 에세이

‘밥벌이의 지겨움’을 단 한 순간이라도 느껴 보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그것이 현재 진행형일 때 더욱 피부에 와 닿는다.  그의 글은 ‘詩’다. 시는 마음의 여유가 있어야 제대로 읽힌다.읽기에 속도를 내려 들거나 마음이 무언가에 쫒기는 때에는 뭘 읽었는지도 모르는 게 김훈의 글이다.읽었다 해도 맛없는 음식을 먹은 거나 같다.  그는 21C에 아직도 연필과 지우개로 글을 쓴다. ‘천연기념물’감이다.그는 운전면허증이 없을뿐더러 자동차를 몹시 기피한다. 그가 이용하는 것은 전철, 기차, 자전거, 튼튼한 두 다리--그는 남자의 평균 수명보다 오래 살고 싶고 마누라보다도 오래 살고싶다고 말한다. 그 말이 우습게 들린다. 그러면서도 일하기 싫다고 노골적으로 말한다. 그러기에 책 제목도 밥벌이의 지겨움>이라 드러내놓고..

77 <당신은 마음에게 속고 있다> 최병건

당신은 마음에게 속고 있다>-정신과 전문의 최병건의 마음탐구 22장면  ‘카톨릭 다이제스트’에서 작가의 글을 읽고 궁금해서 다가간 책-이 책을 사기 전, 60년대 청량리 뇌병원> 원장을 지내셨던 최신해 박사의속상한 원숭이>의 재미를 기대했다.  그러나-그림으로 치면 곱고 아름다운 빛깔의 수채화가 아니라 거칠고 자주적이고 강렬해서 혐오감(?)을 주는 빛깔의 그림-이 책이 주는 인상이다.그러나 질문을 던져본다.마음을 만져봐? 가면을 벗어봐. 속마음을 보여줘.난 이렇게 솔직하게 달겨드는 사람 처음이야.한번 끝까지 부딪혀보자.  저자의 의도는 마음을 바라보는 시각을 맛보고 정신분석에 대한 일반의 오해를 바로잡아보자는 데 있다.그 방법으로 여러 영화를 소재로 작품 속 인물을 정신분석하고 있다.메트릭스 1999>가..

76 <그러나 사랑은 남는 것> 장영희 엮음

그러나 사랑은 남는 것>을 종일 읽었다.그러나~>는 장왕록의 글을 장영희가 엮은 책의 제목이다.글의 제목은 장왕록 교수가 전공한 작가 헨리 제임스의 귀부인의 초상> 중에 나오는 대사다.알뜰한 딸이 아버지의 마음을 대변해서 제목을 발췌한 것이리라.  내가 읽고 싶었던 책은 가던 길 멈추어 서서>였는데 이 제목도 영국시인 윌리엄 데이비스의餘暇>에서 인용한 것이다. 절판되었으나 이 책에서 그 글의 대부분을 만날 수 있다.이 시는 장왕록 교수의 인생관을 보여준다.  餘暇>  근심 걱정으로 가득할 뿐, 가던 길멈추어 서서 아무것도 눈여겨볼 시간이 없다면이 세상 삶이 어떠한 것이 될까?  나뭇가지 아래 서서 양이나 소들처럼물끄러미 바라볼 시간이 없다면,  숲을 지날 때 다람쥐들이 호두를풀섶에 숨기는 것을 볼 시간이..

75 <내 생애 단 한번> 장영희 에세이

그녀가 떠난(2009.5.9.) 며칠 후 그녀를 추모하는 마음으로 이 책을 사들었다. 그 후 책꽂이에서 3년- 하루키의 에세이 먼 북소리>를 읽고 나서 이 책이읽고 싶어졌다. 둘 사이에 아무 연관도 없는데 말이다.  이 책은 2000년 8월 탈고해서 2000년 9월 초판되었고 9년 뒤 작가 장영희는 세상을 뜨고 당시 추천하는 글을 쓴 정채봉님도 박완서님도 모두 고인이 되었다. 12년은 참 긴 세월인가 보다. 장영희가 죽은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였다. 작가와 같은 대학을 나온 동창 몇몇이 ‘장영희’의 죽음에 대한 소감을 나눈다.“똑똑하고 유능한 사람이 너무 일찍 가서 안됐어. 불편한 몸으로 고생도 많았을 텐데--”“아버지 유명세를 타고 잘산 거지 뭐, 알려지지 않은 장애인 가운데 유능한 사람들이 얼마나 ..

74 <먼 북소리> 무라카미 하루키

먼 북소리>무라카미 하루키(1949~   )-낭만과 감성의 유럽 여행 에세이  멀리서 들려오는 북소리에 이끌려나는 긴 여행을 떠났다.낡은 외투를 입고모든 것을 뒤로한 채-  -터키의 옛 노래  맘에 드는 읽을거리를 앞에 놓고 있으면 행복하다.‘맛있는 음식’이 기다리고 있는 식탁처럼.  ‘지난 1000년 역사상 가장 뛰어난, 생존문인 1위’라는 무라카미 하루키-어떤 계기가 있었는지 2007년 8월에 사서 책꽂이에 모셔놓고 까맣게 잊었던 책.그때는 왜 바로 읽지 못했을까?제주도에 조그만 인연을 맺어 놓은 후 ‘섬’에 대한 관심이 증폭됐을 때 이 책을 다시 펼쳐서인가, 책장을 ‘맛있게’ 넘기고 있다.무라카미는 무엇 때문에 유명한가? 행간에서 답을 찾는다.  ‘상황묘사의 달인’이라고나 할까?타타니아 극장의 정경..

<닥터 지바고> 라라를 사랑한 남자들

서대문 아트홀> 또 하나의 실버들을 위한 공간-서대문역 8번 출구로 나가니 극장 정문이다. 옛날 화양극장>이 변신해서 실버극장이 탄생한 것이다.2000원에 표를 끊고 들어가 200원짜리 커피를 한 잔 빼들고 2층으로 올라간다. 차를 마시며 둘러보니 한쪽 구석에 ‘무료검진’ 팻말을 올려놓고 젊은 사람이 앉아 있다. 시간이 좀 남은 것 같아, 다가가서 궁금증을 드러내니 앉아서 한쪽 발을 올려놓으란다. 왼쪽 발을 여기저기 주무르며 압통점을 찾는다. 그러면서 통증이 느껴지는 부위를 자주 눌러주면 효과가 있다고 한다. 대체 의학을 공부한 사람이었다. 상영시간이 되어 감사의 말을 남기고 극장 안으로 들어갔다. 6~70대 안팎의 삶들이 빼곡하다. 곱게 차려 입고 명품 핸드백까지 들고 들어오는 할머니도 보였다. “어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