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여행/경상도 81

여섯째날)포항--동해중학교

동해중학교! 51년 전 스물셋 젊은 선생과 열세살 풋풋한 소녀들이 만나 함께한 그날들이 우리들 가슴 속에 아름다운 한폭의 그림으로 남아 이렇게 또 만났네. 복자, 정화, 필순이, 귀호, 순득이-- 잘 발효된 매실 열매 같아 두루 세상에 요긴하게 쓰이고 있는 모습들을 보니 얼마나 뿌듯하고 감사한지! 처음에는 조용히 동해중학교나 둘러보고 돌아서려 했는데 도구 앞바다에서, 순득이가 살고 있는 집쪽을 바라보다가 얼굴이나 보고 가야지 싶어 전화를 했더니 순득이가 맨발로 뛰어나와(?) 이렇게 두루두루 만나게 된 거네. 순득이의 안내로 발산2리를 거쳐 구룡소까지 웃고 이야기하며 절경을 구경한 일 얼마나 멋지고 즐거웠는지~ 또 '한밤중 번개팅'은 얼마나 나를 흥분시켰는지! 자정에서 새벽 사이, 해무가 하얗게 밀려와 우..

다섯째날) 구룡포항

20210713 오일째)강구--포항--구룡포항--호미곶(대보) 강구버스터미널 9시 50분 출발, 10시 40분 포항 도착, 구룡포행 시내버스에 올랐다. 낯익은 에 오니 먼 그리움이 서서히 밀려온다. 두리번거리다 역시 상호가 끌리는 호텔 에 방을 잡았다. 'carpe diem' 한때 유행어가 될 정도로 사람들이 사랑한 말-- 나의 이번 여행의 주제와도 딱 들어맞는다 호텔은 신축건물이라 청결하고 시설도 괜찮았다. 짐을 내려놓고 9000번 시내버스를 타고 호미곶에 내렸다. 저 멀리 바닷속에서 불쑥 솟아오른 손이 보였다. 바다 위 데크를 돌아 나오는데 쥐포를 구워 파는 할머니가 눈에 띄었다. 두 장만 구워달라며 기다리는데, --점심은 자셨어? --네, 먹었어요. --어데서 먹었어? --구룡포항에서요. --왜 그..

네째날)강구항에서

하루쯤 더 묵고 싶었던 울진의을 떠나 강구로 출발했다. 1시간 30분 만에 강구 버스터미널에 도착했다. 교통 편리한 곳에 숙소를 잡았다. 어제 숙소와는 비교도 안 되게 낡고 엘리베이터도 없는 곳이라 불편했다. 여행자가 때로 겪게 되는 다양한 경험의 하나다. 숙소를 벗어나 강구항을 따라 걷는데 온통 대게집이다. 강구항에 와서는 대게 말고는 먹을 게 없는 듯 보였다. 항구 끄트머리에서 소쿠리에 홍게를 한 무더기 쌓아놓고 파는 할머니를 만났다. 떨이라며 5만원만 내라 한다. 둘이 먹기엔 너무 많은 듯 싶어 3만원어치만 달랬더니 거의 다 덜어주다시피 한다. 동네식당에 찌는 비용과 자리값만 주면 된다고 인근 식당으로 안내했다. 아무 생각없이 이층으로 올라갔더니 여주인이 짜증 섞인 소리로 한마디 한다. "에어컨 값..

세째날) 울진에서

20210711 일요일 아들에게서 전화가 왔다. 메눌이 출근할지도 모르니 연락하면 올라오실 준비하시라고. 그러나 유치원도 문화센터도 다 원격수업에 들어가니 혼자 데리고 있을 만하면 그땐 더 놀다오시라고. 시간이 제한되었다 생각하니 시간시간이 더욱 소중하다. 많이 쉬고 많이 보아야지~ 9시 30분 죽변항을 떠나 울진행 버스 승차-- 동해안 7번 국도를 달렸다. 30분만에 울진 공용 버스터미널에 도착했다. 터미널에서 가까운 곳에 숙소를 정하기로 하고 둘러보는데 높은 신축건물 꼭대기에 이라는 상호가 눈에 띈다. 픽 웃음이 나왔다. 상호 위에는 호텔이라고 분명히 씌어 있었기 때문이다. 호텔이름이 이라니 겸손하기도 하지 '저기다, 무조건 저리 들어가는 거야.' 그리로 직행, 현관에 들어서서 객실 요금표를 보니 모..

남해 보리암-팽양공의 남도 기행 4

보리암 가는 길버스가 중턱까지 데려다 주고 다시 셔틀버스가 가파른 고개길을 넘겨주었는데도 보리암 가는 길은 至難하다 경남 남해군 상주면 해발 705m의 錦山자락에 자리잡은 보리암에 드뎌 도착'菩提'는 산스크리트어 'Bodhi'의 한자 음역-'올바른 깨달음으로 모든 것의 참된 모습을 깨닫는 부처의 지혜'를 뜻함 普光殿(觀音殿)-이곳이   아무 물이나 먹고 배탈 나면 난 모른다고 가이드가 말했지만, 아랑곳않고 한 모금씩-여기서 배탈나면 관음보살님의 따뜻한 손이 어루만져 주시리라는 걸 다들 믿는 모양~~ 念願  한 가지 소원은 꼭 들어주신다니 3가지 소원을 다 말했다. 그 중 어느 한 가지만 성취되어도 좋으니~~   멀리 이 내려다보인다앵강만:파도가 치면 모래와 자갈 부딪치는 소리가 마치 앵무새 울음소리 같이..

영덕 해파랑길 21코스 축산항까지

새벽녘, 어렴풋이 잠에서 깨니 홍이 연신 앓는 소리를 낸다.-괜찮은 거야? 앓는 소리가 심상찮네?홍이는 웃으며 눈을 뜬다. 자기도 모르게 나온 소리란다.복이는 무릎이 퉁퉁 부어올랐다.어제 걸은 시간과 길이 만만치 않았으니 그럴 법도 하다.오늘은 어제 남겨놓은 영덕 구간 21코스 중 까지 걷기로 했다.기온이 어제보다 더 쌀쌀하다. 얼굴에 와 닿는 바람도 차다.모자가 들썩들썩하고 파도가 소리를 지르며 달려온다.-새벽의 문 열고 여행을 나서는 자는 행복하여라 중에서-류시화모자가 달아나려 하고 파도는 달려오고~~그러나 海女는 물질하기 바쁘다오늘 걷는 길엔 소나무가 푸르고 구절초가 여기저기 얼굴을 내민다.무식한 놈-안도현쑥부쟁이와 구절초를 구별하지 못하는 너하고 이 들길 여태 걸어왔다니   나여, 나는 지금부터 ..

영덕 해파랑길 21코스 중 B코스

전 국토가 滿山紅葉이다.모두들 산으로 단풍놀이를 떠난 때 우리는 푸른 솔숲과 파도 일렁이는 바다로 갔다. 태양과 푸른바다를 벗삼아 걷는 길-2010년, '부산 오륙도 해맞이공원'에서 '강원도 고성 통일전망대'까지 10개 구간 50개 코스 770km의 동해안 길을 조성한 것이 '해파랑길'이다. 오랜시간 벼르던 끝에 10월의 끝자락을 잡고 마침내 영덕행 고속버스에 오를 수 있었다.우리가 걷기로 한 곳은  영덕 구간에서도 제일 짧지만, 風光이 빼어나다는 21코스로 에서 까지 12.8km다. 성인남자가 6시간 정도 걷는 거리다. 숙소는 이 구간을 둘로 나눌 수 있는 곳에 정했다. 첫날 우리는, 쪽에 더 가까운 숙소에서 방향의 까지 걷기로 했다.끝없이 펼쳐진 바다와 솔숲과 갯마을과 항구를 만나고, 군데군데 이미..